사람들과 잘 지내는 법

사람들과 잘 지내는 법 : 프롤로그

사람들과 잘 지내는 법

2009년 봄, 제 인생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이 하나 일어납니다. 영문과 2학년생 이대호가 영문과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습니다. 이날 이후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저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하나 알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제가 ‘공감 능력’이 부족한 편이라는 것입니다.

너, T야?

여러분의 재미를 위해 가져온 2009년의 이대호

당시 영문과 학생회장의 역할은 ‘학생운동 지도자’가 아니었습니다. 당시엔 없던 말이지만 ‘커뮤니티 매니저’가 학생회장의 역할이었습니다. 개강총회, MT처럼 학과 학생들끼리 어울릴 수 있는 행사를 제때 잘 여는 것, 사물함을 공정하게 잘 배정하는 것이 겉으로 드러나는 주 업무입니다. 그런데 막상 당선되고 보니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업무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고민 상담'입니다. 저희 학과에는 학생회장들이 100여 명쯤 되는 신입생 전원에게 일일이 밥을 사주는 전통이 있었습니다. 백 명 넘는 신입생들과 밥을 먹다 보니 ‘고민 상담'을 하는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학업, 교우관계, 연애, 가정사 등 의외로 다양한 고민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선배, 후배, 동기의 고민을 듣는 것이 학생회장의 감춰진 임무였습니다.

문제는 제가 별로 좋은 상담자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저는 고민을 들으면 주로 해결책을 나름대로 논리적으로 고민해 답변하는 편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성적 때문에 고민하는 친구에게는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식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답을 하다 보니 반응이 별로 좋지 않더라고요. 요즘 공감 없이 해결책 제시한답시고 막말하면 “너, T야?”라는 말을 듣는데요. 제가 딱 그랬습니다.

사람들과 잘 지내는 연습

한창 애쓰던 시절의 이대호

운동선수의 실력은 재능과 훈련으로 결정됩니다. 저는 ‘고민 상담' 종목 선수로서 재능은 부족한 편입니다. 그렇지만 운 좋게도 충분한 ‘훈련'의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덕분에 섣부른 해결책 제시가 고작이었던 저는 경험이 쌓이며 점점 능숙해졌습니다. 열심히 듣기의 힘을 알게 됐고, 맞장구를 열심히 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이 과정에는 ‘직관'보다는 ‘분석'이 더 힘을 발휘했습니다.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마음 가는 대로 해도 좋은 대화 상대가 될 수 있습니다. 운동신경 뛰어난 사람이 새로운 스포츠도 곧잘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저는 그렇지 않아서 유심히 관찰하고, 분석해 보고, 대안을 적용해 보고, 또 반응을 관찰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 덕에 더 나은 대화상대가 될 수 있었습니다.

‘고민 상담' 이외에도 다양한 종목들을 비슷한 방식으로 헤쳐 나갔습니다. 다툰 친구들 서로 화해시키기, 겉도는 친구 챙기기, 반대하는 친구들 설득하기, 행사에 사람 모으기, 의사결정 상황에서 내 편 만들기 등등. 이때 경험으로 저는 사람들과 잘 지내려면 의외로 가슴이 아니라 머리를 써야 한다는 걸 배웁니다.

코너 속 코너 ‘사람들과 잘 지내는 법'

잘 지내려면 날씨가 좋아야한다

앞으로 한 달에 한 번 ‘사람들과 잘 지내는 법’을 연재합니다. <이대호와 친구들의 모험>의 하위 코너입니다. 공감능력이 부족한 제가 머리로 고민해 보고 경험으로 체득한 ‘잘 지내는 법'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여러분이 주변 사람들로부터 더 많은 신뢰를 얻고, 우정으로 세상을 구할 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기획했습니다. 생각해 본 주제는 아래와 같습니다.

  • 칭찬할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 싸우지 않고 비판적인 피드백 하기
  • 우리에게는 늘 더 잘 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
  • 도움 요청을 거절하면 손해인 이유
  • 도움 요청 잘 거절하는 방법

물론 제 인간관계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제가 쓰려는 내용이 세상에 없는 내용도 아닙니다. 아마 대부분 알고 계실만한 내용입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운동하는 방법을 전혀 몰라서 PT를 받고, 유튜브에서 운동 알려주는 영상을 보는 건 아니잖아요? 어렴풋이 알지만, 한 번씩 같이 생각해 보면 도움이 되는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내는 법'을 함께 이야기해 보고 싶습니다!

우정으로 세상을 구하려면 사람들과 잘 지내야 하니까요!


쓰다보니 저의 훈련 상대가 되어준 15년 전 대학 친구들이 떠오르네요. 연재물 ‘사람들과 잘 지내는 법’을 쓸 수 있도록 결함 많았던 저의 파트너가 되어준 친구들께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우선, 다음주에 바로 1편을 써보겠습니다!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