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멸렬한 총선, 보석 같은 이야기

이토록 아름다운 정치 (2)

지리멸렬한 총선, 보석 같은 이야기

요즘 각 정당이 총선에 내보낼 후보를 정하는 공천이 한창입니다. 뉴스를 보며 실망하는 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그렇습니다. 진정성과 문제해결력을 갖춘 후보들이 등장하기는커녕 구성이 더 나빠지는 느낌마저 듭니다. 그런데 며칠 전 우연히 보석 같은 이야기를 발견했습니다.

연동형 비례제의 결과 ‘위성정당’

민주당이 만든 위성정당의 구조

제가 ‘연동형 비례제 사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것 기억나세요? 연동형 비례제는 비례대표 의석을 거대 양당이 거의 가져가지 않고, 소수 정당에 할당하는 선거 방식입니다. 양당이 의석을 많이 가져갈 수 있도록 다시 규칙을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는데요. 결국 열쇠를 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연동형 비례제 유지’를 선택했습니다. 문제는 ‘위성정당’을 만들었단 겁니다.

지역구 의석을 많이 차지하게 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연동형 비례제’하에서는 비례대표 의원을 거의 당선시킬 수 없습니다. 그래서 ‘위성정당’을 만들었습니다. 국민의힘은 단독으로 위성정당을 만들었고요. 더불어민주당은 새진보연합(기본소득당 + 사회민주당  + 열린민주당), 진보당과 함께 ‘더불어민주연합'이란 비례대표용 정당을 결성합니다.

더불어민주연합은 비례대표 후보만 내는 정당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새진보연합, 진보당이 각자 후보자 명단을 제출했고요. 시민단체들이 꾸린 ‘연합정치시민회의’라는 기구에서도 4명의 후보를 추천하도록 했습니다. 진보 성향 정당들, 시민단체들이 추천한 사람을 조합해 더불어민주연합이 최종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만드는 구조입니다. 아니, 이게 뭐가 보석 같은 이야기냐고요?

충격적인 뒷이야기

별 생각없이 눌렀는데 보석 발견

시민단체들이 꾸린 ‘연합정치시민회의’는 후보자를 공개 모집해 남녀 2명씩 4명을 최종 선정했습니다. 관련 기사를 영혼 없이 읽다 인상적인 내용을 발견했습니다. 2순위 여성 후보자로 결정된 이주희 후보가 원래는 1순위였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주희 후보가 자신을 2순위로 내리고 서미화 후보를 1순위로 올려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해 순서를 바꾸었다는 것입니다.

서미화 후보는 시각 장애인입니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전남여성장애인연대 등에서 일한 활동가이고 목포시의원을 지냈습니다. 이주희 후보는 “여성이며 장애 당사자이고, 오랜 기간 인권신장에 기여한 인물로 (서 후보가) 시민사회 대표로 맨 앞자리에 나서주길 부탁"한다고 했습니다. 그 결과 서 후보는 비례대표 1번에, 이 후보는 당선이 어려운 17번에 배치됐습니다.

이주희 후보는 민변에서 오래 활동한 변호사이자 인권 활동가입니다. 대학 시절에는 노동운동 현장을 누볐고, 2004년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후보로 총선에 출마하기도 했습니다. 비례대표 8번 후보 노회찬까지 당선되어 민노당이 10명의 국회의원을 탄생시킨 총선에서 이주희 후보는 9번 후보였습니다. 그리고 20년 뒤 이 후보는 당선권 순번을 장애인 후보자에게 양보합니다.

퇴행을 바로잡는 양보

출처: 이주희 후보 블로그

눈살 찌푸려지는 정치 뉴스가 요즘 많은 까닭은 ‘욕심’ 때문입니다. 공천 과정에서 후보자들의 잘못이 드러나 뉴스가 됩니다. 후보자는 뻔뻔하게 버티거나 진정성 없이 사과하거나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명분 없는 욕심을 전시하는 보기 싫은 뉴스거리가 됩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평판, 가족의 삶이 산산조각나지만 포기하지 않습니다. 국회의원 되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욕심의 퍼레이드는 ‘장애인 후보 없는 진보정당’을 만들 뻔했습니다. 더불어민주연합을 구성한 정당인 더불어민주당, 새진보연합, 진보당 중 어느 당도 장애인 후보자를 선정하지 않았습니다. 소외된 이웃의 친구를 자처해 온 정당들이 장애인 시민들의 자리를 없앴습니다. 이 비상식적인 퇴행을 바로잡은 것은 이주희 후보의 ‘양보’입니다.

타인에 대한 연민 보다는 자신에 대한 연민에 사로잡혀 정치를 파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뉴스를 채웁니다. 그래도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자신이 국회의원 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정치 행위가 있다고 생각하는 정치인이 있습니다. 양심에 따라 실천하는 정치인들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잘 유통이 안 되어 그렇지 희망이 없는 건 아니라고요!

희망의 정치인, 이주희 후보님의 당선을 마음 깊이 기원합니다.


아참, 지난 주에 광화문 행사장 급히 구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다행히 아주 적당하고 근사한 곳을 잘 구했습니다. 여러 분이 마음 써주시고, 알아봐주셨는데요. 모두 정말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친구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