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의 기술
계단뿌셔클럽 (43)
<아부의 기술>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대학생 때 재미있게 읽은 책입니다. 자세한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부가 참 유용하다'는 내용입니다. 저는 이 책의 주장에 동의합니다. 최근 계단뿌셔클럽 봄클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마주한 난관을 ‘아부’로 극복할 수 있었거든요.
목표는 리더 10명 모으기
최근 편지에서 계단뿌셔클럽 이야기는 하지않고 다른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요. 사실 제 일상은 계뿌클로 꽉 차 있습니다. 작년 4분기에 공동대표인 수빈 님이 풀타임으로 합류하면서 계뿌클은 본격적 창업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이제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회사입니다. 전보다 더 높은 목표와 꽉 찬 계획을 세우고 열심히 사업을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진화한 계뿌클의 첫 무대는 4월에 시작될 계단뿌셔클럽 ‘24 봄클럽입니다. 작년 봄클럽 대비 400% 수준의 계단정보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도전적인 목표입니다. 해내려면 더 밀도 높고 폭발적인 활동을 전개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커뮤니티가 강해져야 하고, 커뮤니티가 강해지려면 리더가 필요합니다. 클럽 기획, 운영을 함께할 10명의 리더를 찾기로 했습니다.
사실 조금 자신이 있었습니다. 지난 시즌까지 클럽을 함께 꾸려온 동료 ‘크루’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중 10명쯤 ‘안 그래도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보고 싶었는걸? 이번 시즌 리더는 바로 나다!’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했거든요. 그러나 저의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리더 모집 공고를 내고도 며칠이 지나도록 10명은커녕 절반도 모집이 되지 않는 것이 아니겠어요?
아부의 원칙
저는 아부를 할 때 나름의 원칙이 있습니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좋은 아부는 진실이어야 합니다. 진실로 아부를 하려면 상대방에 대한 깊은 관심, 꾸준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상대방이 무엇을 위해 노력하며 사는지, 자신의 어떤 모습을 좋아하는지 등을 잘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듣는 이가 공감하고 감동하여 효과적인 아부를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리더로 꼭 꼬시고 싶었던 사람 중에는 과거 저의 직장 상사였던 유 선생님이 있습니다. 지난 시즌에 크루로 활동하셨는데, 리더 활동은 부담스러워하실 것 같긴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유 선생님을 꼭 설득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간절한 마음을 감추고 점심 약속을 잡아 유 선생님을 찾아갔습니다. 예상대로 ‘재미있을 것 같긴 한데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저는 유 선생님께 저의 평소 진심을 솔직히 말했습니다. “저는 이번 리더 프로그램에서 크루들이 얻어갈 수 있는 가장 큰 가치는 ‘리더십’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에 꼭 함께하셨으면 했어요. 좋은 리더를 만나는 것만큼 리더십 향상에 도움 되는 경험이 없는데, 유 선생님은 제가 경험해 본 리더 중 정말 훌륭한 분이거든요. 함께 해주시면 다른 분들께 정말 좋을텐데…”
겨우겨우 모집 성공
유 선생님께 한 것처럼, 한 명씩 연락해 솔직한 생각을 전했습니다. 왜 귀하와 이번 시즌 리더 활동을 함께 하고 싶은지, 그동안 함께 어울리면서 제가 발견한 멋진 모습과, 놀라웠던 경험이 무엇이었는지 이야기했습니다. 적게는 한 시즌, 많게는 3년 동안 계단뿌셔클럽 크루로 함께 해왔던 친구들이라 진솔한 호소의 말을 떠올리기가 힘들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더해 수빈 님이 아주 좋은 전략을 제안했습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 전략입니다. 리더 활동을 결정한 분들에게 부탁했습니다. 아직 마음 정하지 못한 주변 친한 크루들한테 “나 이번에 하기로 했는데, 같이 안 할래?”라고 이야기해달라고요. 이 전략 또한 성과를 거두면서 겨우겨우 리더 모집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더도 덜도 아닌 딱 10명이 모였습니다.
저는 일을 벌이는 성향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를 설득할 일이 많습니다. 설득할 일이 많다 보니 다양한 설득의 기술을 궁리하고 탐구합니다. 그중에는 ‘가스라이팅’ 같은 사파의 기술들도 있습니다. 가끔 일이 잘 안되면 사파의 기술을 배워봐야 하나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이번에도 새삼 제가 그럴 위인이 못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아부’로도 버틸만하네요!
돌이켜보니 지금까지 업무, 연애 등 다방면에서 ‘아부의 기술'을 잘 써먹으며 살아온 것 같습니다. 스물세 살의 이대호에게 ‘아부의 기술’을 권해주신 윤 선생님께 오늘의 편지를 헌정합니다!
아부 기술자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