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당선되면 되겠네요?

계단정복지도 프로젝트 (20)

제가 당선되면 되겠네요?

날씨가 갑자기 확 추워진 화요일이었습니다.

코로나도 코로나지만 다들 감기도 조심하세요!

지난번에 성남시 장애인연합회에서 협업 제안을 받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며칠 전에 그 협업을 위한 회의에 다녀왔는데요. 회의를 하고 나서 저는 성남시장에 꼭 당선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요?

만남은 쉽고 협업은 어려워

먼저 한 가지 정정하겠습니다. 계단뿌셔클럽에 협업을 제안한 기관은 성남시 장애인연합회가 아닙니다. 성남시 장애인연합회 임원이 연락을 주셔서 오해했는데요. 협업 주체는 성남의 다른 장애인 관련 기관 A였습니다. 이곳도 크고 전문적인 기관이라 반가운 제안이라는 점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만나 뵙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경사로 설치 사업’은 안 된다고 합니다. A 기관에서도 처음에는 ‘경사로 설치 사업’을 하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예산의 성격상 ‘캠페인’이나 ‘자원봉사 활동 지원’ 목적으로만 쓸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안타까웠습니다. 정복 활동을 하며 경사로가 필요한 곳을 정말 많이 봤기 때문입니다.

대안은 ‘공론화 작업’이었습니다. “경사로의 필요성을 강조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캠페인, 토론회를 추진해보면 어떨까요? 시의회에서 공청회 같은 것도 열고요. 그렇게 하다 보면 성남시가 경사로 설치 사업을 하게 되지 않을까요?”와 같은 논의가 오갔고, 그 과정에서 계단뿌셔클럽이 실무적 도움을 많이 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이동약자의 접근성 문제’는 중요하니 열심히 돕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어? 당선되면 되는 거 아닌가?

사진: 성남시의 경사로 설치 사업 <같이 잇는 마을>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습니다.  제게 회의 참석을 제안하신 권 선생님이 배웅을 나오셔서는, 본인 예상과 달리 경사로 설치 사업 추진이 안 되어서 아쉽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성남시장 선거 준비로 바쁠 텐데 너무 부담 갖지 않아도 된다”라고 하셨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데 A 기관의 사업을 돕는 것보다 효율적인 방법이 퍼뜩 떠올랐습니다. 이대호가 경사로 설치 공약을 걸고 성남시장에 당선되면 해결됩니다. A 기관을 도와 사업 계획서를 쓰고, 계획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참여자를 모집하고, 그 다음에는 토론회를 열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더 좋은 방법이 ‘선거’입니다.

‘계단 문제’를 풀고 싶은 정치인인 제가 성남시장에 당선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니까요.

OK, 근데 당선되면 할 수 있어?

네! 계단정복지도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56억 정도면 가능합니다.

사진: 계단정복지도 데이터 분석 결과

SCC가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성남시 주요 상권에 있는 1층 점포의 수는 약 5,000개입니다. 이 중에서 경사로 설치가 필요한 점포는 약 2,800개입니다. 하지만 사유재산에 경사로 설치를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낙관적으로  50%의 사업주가 경사로 설치에 동의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럼 설치해야 하는 경사로는 1,400개입니다.

서울시 금천구가 경사로 설치 지원 사업을 합니다. 금천구 예결산 자료를 보니 경사로 1개당 평균 400만 원이 듭니다. 이 비용으로 추계하면 성남시에 1,400개 경사로를 설치하는 데에 56억 원이 듭니다. 5년에 걸쳐 진행하면 연간 소요 예산은 11억 정도입니다. 성남시 1년 예산 3조 2647억의 0.03%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성남시장이 충분히 해볼 수 있는 일이라는 뜻이죠.

-

제가 아직 사고방식을 제대로 바꾸지 못했다는 걸 깨달은 경험이었습니다. 정치인의 도구는 정부 예산과 행정력입니다. 아직 권한이 없더라도 권한을 어떻게 쓸 것인지, 그 권한을 어떻게 획득할 것인지를 중심으로 사고해야 합니다. 기관 A의 실무를 성실하게 도와드리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지만, 문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아닐 수 있으니까요.

저는 이만 대선 선거 운동을 하러 나가봐야겠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편안한 저녁 보내셔요!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