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의 명랑한 폭주

우정원정대 (1)

엄마들의 명랑한 폭주

두 번째 우정원정대가 결성됐습니다. 부산입니다. 다양한 몸과 마음을 가진 관객들과 26년 전통의 부산락페스티벌에 갑니다. 지난 주 부산에서 사전 워크숍을 열었습니다. 30여 명의 대원 분들을 처음 만났는데요. 대원들의 자기 소개를 쭉 듣다가 재밌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전혀 의도한 바 없는, ‘엄마들의 폭주’입니다.

엄마는 시끄러운 거 엄청 좋아하는데?

우정원정대 2 대원 단체사진 (사전 워크숍)

황 선생님은 휠체어를 타는 20대 아들과 우정원정대에 합류하셨습니다. 장애인 관객대원으로 신청한 아들의 동반인으로서 원정대에 함께 하시게 됐어요. 장애인 관객 대원이 페스티벌이나 밴드 음악을 좋아해서 신청한 경우가 많은데요. 황 선생님 모자의 경우는 반대였습니다.아들은 시큰둥한데, 황 선생님은 호기심과 열정이 아주 대단하셨거든요. 어떤 기대로 신청했냐고 여쭤봤더니요.

“저는 주부로 평생 살았으니까 그냥 맨날이 똑같아요. 밥 하고, 집안 일 하고, 얘(아들)랑 같이 있는 것의 반복이에요. 어디를 가려고 해도 휠체어로 갈 수 있는 곳이 세상에 그렇게 많지가 않잖아요. 그러니까 늘 가던 곳만 가는 것도 재미 없고, 뭘 알아보려고 해도 너무 어려웠어요. 그래서 새로운 경험을 해보는 것이 너무 기대가 돼요. 그런 데는 어떤 사람들이 오는지, 얼마나 신나게들 노는지도 보고 싶고, 같이 껴서 놀고 싶고, 음악 소리가 얼마나 큰지도 궁금해요!”

신나서 말씀하시는데, 아들이 한 마디 합니다. “근데, 엄마 시끄러운 음악 안 좋아하잖아?” 그랬더니 황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 “무슨 소리야? 엄마는 신나는 음악 너무 좋아해. 니는 진짜 나를 모른다! 짜식아!” 그 뒤로도 두 분은 티격태격, 아들은 가능한 집에 빨리 갈 방법을 물어보시고, 엄마는 가능한 집에 늦게 갈 방법을 물어보시고, 아들이 비가 오면 취소되는지 묻자, 황 선생님은 우비 챙기면 된다며 아들의 희망(?)을 꺾는 화기애애한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중년 여성들에게 온 흥미로운 초대장

즐거운 꾸미기 부스

생애 첫 ‘록 페스티벌’을 앞두고 폭주할 생각에 신이 난 분은 황 선생님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이번 대원 중에는 중년 여성이 여러 분입니다. 황 선생님처럼 ‘엄마’들도 있지만, 활동지원사로서 이용인과 오는 분들도 계세요. 이분들은 사실 업무로 생각하고 오실 법도 하잖아요. 근데 어떻게 하면 제대로 즐길 수 있는지 무척 궁금해하시고, 라인업도 열심히 찾아보셔서 인상깊었습니다.

마침 이날 워크숍에서는 초심자에게 페스티벌을 즐기는 방법을 알려드리는 코너들을 준비했는데요. 아주 열심히 하셨어요. 페스티벌에 가서 쓸 별명 정하기, 페스티벌 느낌나는 패션 아이템 만들기, 작년 부락 영상을 크게 틀고 몸을 흔들며 슬램과 기차놀이 연습하기. 진지하게 새로운 세계에 관해 공부하는 모습을 보며 부락에서 펼쳐질 그들의 명랑한 폭주가 기대됐습니다.

중년 여성 대원들을 만나게 될 것도, 그들에게 우정원정대가 설레는 초대장을 보내게 될 것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우정원정대는 원래 장애인 관객들을 초대하는 프로젝트니까요. 그런데, 이 상황이 무척 맘에 듭니다. 호기심 많은 ‘엄마’들의 합류는 ‘다양한 몸과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다정하게 어울리는 장면을 만든다’는 우정원정대의 목표에 아주 잘 맞는 일 같기 때문입니다.

우리 엄마도 이런 거 좋아할까?

이런 아들이라도 그냥 그러려니 해주십시오!

준비한 입장에서 참 흐뭇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렇게나 열정적으로 페스티벌을 기대하고 준비하는 분들께 우리가 가장 먼저 초대장을 보냈다는 점이 뿌듯했고요. 통쾌하기도 했습니다. (로큰롤) 음악 앞에서는 국경도, 나이도, 인종도 없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엄마’들을 초대하지 않았던 어떤 현장에 문 걷어차고 쳐들어갈 생각을 하니 저의 반항적 자아가 벌써부터 쿵쾅거렸습니다.

피곤하지만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숙소로 돌아가는 길, 황 선생님과 아들 대원님의 대화가 떠오르더라고요. 엄마가 한로로를 아는지 몰랐던 아들, 26년 된 축제에 한번쯤 가보고 싶어했는지 몰랐던 아들, 그는 왜 ‘진짜 엄마’를 잘 몰랐던 걸까요? 그리고 저도 그와 다르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엄마도 한로로 알까? 음악 페스티벌 한 번쯤 가보고 싶을까?’

남의 엄마 말은 끄덕이며 잘 경청하고, 폭주할 결심을 응원하기도 어렵지 않은데, 가까운 사람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우정원정대 얘기했을 때 엄마가 “거기 혹시 아줌마들은 안 뽑아주니? 엄마랑 주변에 심심한 아줌마들 많은데, 알바비도 쪼금만 줘도 돼!” 그러길래 “이.미.다.뽑.았.어.요.”하고 시큰둥, 말았는데요.

생각해보니, 그때 엄마도 황 선생님처럼 눈이 반짝였던 것 같기도 하고요.


돌아오는 목요일부터 그 다음주 월요일까지, 부산에 갑니다. 부락 26년 역사에서 티켓이 몽땅 팔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는데요. 7만 명 넘는 관객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가슴에 우정을 심고 오고 싶은데, 잘 될지 모르겠어요. 코 앞으로 다가오니, 걱정은 늘고 씩씩한 마음이 덜 드는데요. 좀 오늘 밤 보름달 보시면 같이 빌어주세요.

어땠는지, 다녀와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