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배운 폭염 공략법 세 가지

리빙 포인트 (1)

최근 배운 폭염 공략법 세 가지

저는 지금 일본 다카마쓰입니다. 다카마쓰는 우동으로 아주 유명한 곳인데요. 그중에서도 전일본 1위 우동집(일본 맛집 가이드 타베로그 기준)인 스자키 식료품점에 왔습니다. 근데, 줄이 너무 기네요? 한국보다 더 습하고 더운 다카마쓰의 길거리에서 시간을 가장 빠르고 알차게 보내기 위해 여러분께 보낼 이 편지를 씁니다. 시의성을 고려한 오늘의 주제, 제가 최근 배운 폭염 공략법 세 가지입니다.

가깝고 마트에서 복숭아를 사세요

공교롭게 다카마쓰도 복숭아가 특산품이라고 해서 어제 사먹은 복숭아

지난 주말, 친구들이랑 점심을 먹는데 샐러드가 나왔습니다. 샐러드에 복숭아가 몇 조각 들어 있었는데요. 무심코 한 조각 집어 입에 넣었는데, 이럴 수가! 너무 달콤하고 시원하고, 과즙이 풍부해 입안에서 물풍선이 터지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복숭아를 잘 사 먹지 않습니다. 맛의 편차가 커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너무 맛있다고 했더니 한 친구가 그러더군요. “몰랐어? 요즘 복숭아 맛있어!”

저만 몰랐을까요? 근데 왜 요즘 나오는 복숭아들이 맛있을까요? 궁금해서 알아봤습니다. 복숭아 맛을 결정하는 요인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당분과 산도, 둘째는 향기를 머금은 정도, 셋째는 부드러운 정도라고 합니다. 당도는 높고 산도는 낮을 때, 향이 보존될 때, 복숭아를 물렁하게 만드는 펙틴이 많이 생길 때 우리는 “으앙, 이 복숭아 너무 맛있어!”라고 생각합니다.

기온은 높고, 비가 좀 안 내려야 이 세 가지 요인이 극대화된다고 합니다. 맞습니다. 최근 견딘 폭염과 무더위는 우리를 불행하게 했지만, 맛있는 복숭아를 만들어냈습니다. 폭염이 인류가 감당해야 할 벌인 줄만 알았는데, 맛있는 물렁 복숭아라는 선물이 있었습니다. 폭염에 괴로우셨던 보답이 가까운 마트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대가는 이미 치르셨으니 복숭아를 놓치지 마세요!

*저처럼 과일 깎아 먹어본 적 없어 시도가 망설여지는 분들께 드리는 복숭아 까먹는 방법 영상

아이스 드립 커피 쉽게 만드는 방법

친절하게 알려주신 사장님이 내려주셨던 아이스 드립 커피

한 2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집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계기는 드립 백이었습니다. 종종 드립 백을 선물로 받으면, 어떻게 쓰는 줄 몰라서 두다가 그냥 버렸…는데요. 문득 아깝고 미안해서 설명을 제대로 읽어보게 됩니다. 그렇게 뜨거운 물을 부어 마셔봤는데 맛있더라고요. 드립 백을 사서 먹다가, 어느새 원두와 드리퍼, 서버를 사서 내려 먹게 됐습니다.

자주 내려 먹으면서도 안 풀리는 궁금증이 있었습니다. 카페에 가면 아이스 드립 커피를 금방 만들어주는데, 그 방법을 잘 모르겠더라고요? 뜨거운 물로 커피를 내린 뒤 얼음을 마구 넣으면 온도가 떨어져 시원해지기는 하지만, 묽어집니다. 그걸 피하려면 커피를 내리고, 식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얼음을 넣으면 됩니다. 그런데, 시간이 30분은 걸립니다. 카페에서는 5~10분이면 해주던데 어떤 물리법칙을 이용하는 걸까요? 미지근한 물로 커피를 내리는 걸까요?

최근에 커피 맛 좋은 카페에 갔다가 용기를 내서 여쭤봤습니다. 집에서 여러 시도를 해봤는데 잘 안되더라, 방법이 무엇인가요? 영업 기밀을 훔치려는 산업 스파이가 된 듯 제 발이 저렸지만, 아주 친절하게 알려주셨습니다. 서버에 얼음을 조금 채우고, 물은 평소처럼 95도 정도로, 관건은 원두 양을 2배로 넣으면 됩니다. 그럼 묽지 않은 아이스 드립 커피가 탄생합니다!

진작 물어볼 걸 그랬습니다. 괜히 이상한 실험 한참 했네!

요즘 최고의 산책 코스, 아모레 소장전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 <비밀공유자>

저는 사실 미술 전시를 즐겨 다니는 편은 아닙니다. 글이나 말로 표현되지 않는 그림이나 조각, 영상 같은 추상적인 무언가를 이해하고, 만든 이가 전하고자 하는 복잡한 어떤 것을 받아들이는 능력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은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전시를 보러 가도 설명을 열심히 읽는 편입니다. 작가가 누구고, 어떤 일화가 엮여있는지 등등이 궁금할 뿐이죠.

그런 저로서도 최근에 다녀온 아모레퍼시픽 소장전은 참 재미있었습니다. 두 가지 이유였는데요. 첫째는 아름다운 것이 많아서였습니다. ‘오, 정말 아름다운걸?’ 하는 생각이 드는 그림, 설치 미술품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잠깐 일상에서 벗어나 좋은 풍경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은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조직의 본질이 ‘아름다움의 추구’에 있는 아모레퍼시픽이라서 소장품들도 보기 좋은 것이 많은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둘째 이유는 해설이었습니다. 가서 앱을 설치하면 제 이어폰으로 작품당 1~2분 분량의 설명을 들으며 구경할 수 있습니다. 궁금한 작품 앞에 서서 적당히 자세한 해설을 들으며 전시물들을 하나씩 격파해 나가다 보니 지루할 틈이 없더라고요. 공간도 넓고, 시원하고, 접근성도 좋아서 같이 간 친구들의 존재도 잊고 2시간 동안 흥미진진하고 쾌적한 산책을 했습니다. 저처럼 산책을 좋아하는 분들께는 최고의 여름 산책 코스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은 신용산역 앞에 있고, 여기서 예약하고 가시면 편합니다.


아모레 소장전을 보고 집에 돌아오는 길, 마트에서 복숭아 5개를 샀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 밤마다 하나씩 꼬박꼬박 까먹었습니다. 집에 와서 한 알씩 냉장고에서 꺼내 깎고, 썰고, 아이스 커피까지 내려서 식탁에 놓고, 식탁 방향으로 선풍기까지 틀어놓고 나면 태어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도 여름 가기 전에 꼭 해보세요!

한국보다 덥고 습한 다카마쓰에 여름 휴가 온
여러분의 친구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