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다이트 운동 했던 사람들의 이직 성공률
산문 (13)
교과서에서 보던 '러다이트 운동'을 언급하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AI가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산업혁명으로 일감을 잃은 노동자들이 기계를 부수며 저항했으나 결국 패배했고, 산업혁명은 이어졌다'로 이야기는 끝납니다. 근데, 저는 궁금해졌어요. 일자리를 잃고 기계를 부수고, 패배한 노동자들은 그 뒤에 어떻게 살았을까요?
다들 어떻게든 이직에 성공했을까요?
러다이트의 진짜 정체

1811년 영국, 복면을 쓴 노동자들이 밤마다 공장에 몰래 들어가 기계를 박살내기 시작합니다. 이들이 망치로 부순 기계는 '원료에서 실을 뽑아 천을 짜내는 기계'였습니다. 얼마 전까지 사람이 손으로 하던 일입니다. 공장주들에게 경고장을 보내고, 기계를 부수는 이 운동은 영국 중북부 전역으로 번져 4~5년 동안 지속됐습니다. 이것이 러다이트 운동입니다.
러다이트 운동에 대한 흔한 오해는 '교육 수준이 낮은 노동자들의 감정적 폭동'이라는 것입니다. 실상은 다릅니다. 러다이트 운동에 적극 참여했던 직조공(장인)들은 지금으로 치면 '시니어 개발자'와 비슷합니다. 방직기 발명 전까지 직물을 만들 때 숙련된 장인의 역할이 중요했습니다. 오랜 기간의 교육과 훈련, 경쟁을 거쳐야 장인이 될 수 있었죠.
실제로 산업혁명 전, 이들의 삶은 풍요로웠습니다. 임금은 일반적인 노동자의 두세 배 수준이었고, 일하는 시간도 스스로 조절했다고 합니다. 전문직 종사자의 삶입니다. 그런데 산업혁명으로 이들의 일자리는 기계로 대체됐습니다. 1800년대 초반 영국 경제활동인구가 600만여 명, 직조공의 수는 25만 명 정도였습니다. 지금 한국에 적용해보면 116만 명 넘는 중산층이 갑자기 일자리를 잃게 된 것입니다.
진짜 궁금한 그 다음

러다이트 운동은 실패했습니다. 영국 정부는 1만 2천 명의 군대를 투입해 폭동을 진압합니다. 주동자들은 교수형을 당하거나 호주로 강제 유배를 떠납니다. 그러면 주동자가 아니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요? 제 궁금증은 바로 이 시점에서 시작합니다. 죽으라는 법은 없다는데, 어떻게든 잘 살아남았을까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갈라집니다.
첫 번째는 공장으로의 이직입니다. '그래도 내 경력을 살려서 할 수 있는 일' 같은 건 없었습니다. 반면, 일손이 필요한 공장은 많아졌습니다. 일부 숙련공들은 풍요롭고 명예로웠던 전문직의 삶을 뒤로하고 공장에 취직했습니다. 임금은 3분의 1토막이 됐고, 자율성은 사라졌습니다. 스스로 기획할 것은 없어졌고, 기계에 맞춰 단순 반복 노동을 하는 저숙련 노동자가 됐습니다. 비참했겠지만, 굶어 죽는 것은 면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부랑자로의 전락입니다. 다수의 숙련공들은 공장 취직을 거부하거나 실패했다고 합니다. 공장주들은 자부심 강하고 다루기 힘든 전직 숙련공 대신 임금이 싼 여성과 어린이를 선호했습니다. 숙련공들 또한 자율적인 고임금 노동자의 삶을 잊고 저임금 단순노동자의 삶을 선택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적어지는 일감, 낮아지는 단가에도 수공업을 고수하다 결국 부랑자의 삶을 살게 됩니다.
어떻게든 잘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1842년 영국의 공중보건 선구자 에드윈 채드윅(Edwin Chadwick)이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이들이 내몰린 신흥 공업도시 노동자 계급의 평균 수명은 불과 17세 수준으로 곤두박질쳤습니다. 지독한 빈곤과 전염병 속에서 말 그대로 때 이른 죽음을 맞이한 것입니다.
공부하면서 들었던 생각

러다이트 운동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했던 이유는 '희망의 근거를 찾고 싶어서'였던 것 같습니다. 죽으라는 법은 없다고 하잖아요? 러다이트 운동이 실패한 이후 직조공들은 어떻게든 자리를 찾아가 그럭저럭 살았다는 역사를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순진한 생각이었습니다. 비참한 기분으로 근근히 살아가는 것이 그나마 최선이었고, 대부분은 질병과 기아로 죽어갔다는 것이 역사입니다.
'유능한 사람들은 환경이 변해도 어떻게든 살아남는다'가 아니라는 것도 통념과 달랐습니다. 산업혁명 이전 라운드의 승자였던 직조공들은 공장주들에게 외면당합니다. 과거의 성취로 얻어낸 '고임금'과 '특정 기술에 대한 전문성', 그리고 여러 성공 경험에 기반한 '자부심'은 오히려 약점이 됐습니다. 지금 우리가 공들여 쌓아온 것들도 새로운 환경에서 오히려 약점이 될지 모릅니다.
1800년대 숙련공 규모는 총 60만 명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중에서 직물 분야에서 일하던 25만 명의 일자리가 가장 빠르게 사라졌습니다. 대장장이 등 다른 분야 장인들의 일은 대체되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렸고 충격이 덜했습니다. AI 혁명도 비슷한 패턴일 것 같습니다. 직종 별로 대체되는 속도가 다를 텐데, 저는 몇 번째이고 뭘 어떻게 대비하면 될까요?
그때 무엇이 약점이, 무엇이 그나마 무기가 될까요?
그래도 성실히 노력하면 보상받고,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다는 생각을 하고 살잖아요? 근데 급격히 환경이 변할 때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일자리 충격은 준비하지 않은 자가 치러야 할 대가라기보단 무고한 사람에게 가해진 재난에 가까운 것 같거든요.
재난 상황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역시, 돈을 많이 갖는 것만이 유일한 길일까요? 러다이트 운동을 살펴보며 얻은 작은 힌트들은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그 힌트를 소개할 테니, 댓글에 여러분 생각도 들려주세요. 요즘 다들 'AI 발전하면 나 무슨 일 하며 살지' 생각들 하시지 않나요?
여러분의 요즘 생각이 궁금한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