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방식이 최선이라서 선택했나요?

계단뿌셔클럽 (63)

그 방식이 최선이라서 선택했나요?

그런 생각 해본 적 없으세요? '지금 내가 선택한 방식이 최선일까? 최선의 방식이 따로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방식을 선택한 건 아닐까?' 이런 의심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면 피곤합니다. 모른척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러다가 최선의 방식을 놓치면 안 되잖아요. 오늘의 이야기는 '썩 내키지 않는 방식이 최선일지도 몰라서' 1년 동안 해본 얘기입니다.

의심스러워!

함께 파이팅을 외치는 것이 오프라인의 매력

가끔 투정을 좀 부려왔으나, 계뿌클의 오프라인 정복활동은 사실 제가 아주 좋아하는 방식입니다. 주말 아침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모여야 하지만, 함께 땀 흘리며 거리를 누비는 팀 스포츠 같은 원초적인 즐거움이 있거든요. 30명씩 모여 왁자지껄하게 동네를 누비면서 목표물을 다 해치우고나면, 사냥에 성공한 원시부족 같은 공동체적 흥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작년 초, 작은 의심이 피어올랐습니다. 스마트폰 앱으로 정보만 등록하면 되는 일인데, 굳이 한곳에 모이는 방식을 고집하는 게 문제 해결의 최선일까요? 시공간의 제약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비대면 방식이 확장성 면에서는 훨씬 더 강력한 방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온라인으로는 안 하느냐고 묻는 분도 많았고요.

오프라인 활동은 그저 저희가 좋아하는 방식일 뿐이고, 진짜 최선의 해결책은 제가 낭만을 느끼지 못 하는 온라인일지도 모릅니다. 이 찝찝한 가설을 그냥 모른 척 덮어둘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좋아하지 않는 방식이 정답일 가능성을 검증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것이 작년 한 해 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해 본 '일상과 퀘스트' 프로젝트입니다.

'명중률'의 함정

중간에 잠깐 졸아도 큰 문제가 안 생기는 것도 온라인 활동의 매력

'일상과 퀘스트'는 정해진 시간에 모이지 않고, 각자의 일상 속에서 접근성 정보를 자유롭게 등록하는 비대면 챌린지입니다. 2주나 3주의 도전 기간을 정해두고 20개쯤의 장소를 등록해보는 거죠. 오프라인 활동과 마찬가지로, 퀘스트를 완수하면 스티커나 양말 같은 소소한 굿즈를 선물로 드렸습니다. 만보기 앱이나 습관 형성 서비스를 참고해 기획했습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분들과, 다양한 파트너 기업, 기관과 여러 차례 시도해봤는데요. 성과가 있었습니다. 2025년에 수집한 입구 접근성 정보 4만여 건 중 오프라인, 온라인 비중이 반반이었습니다. 오프라인 활동 대비 적은 시간을 투입했으니 '효율'면에서는 온라인이 우위였습니다. 저희가 세웠던 '오프라인이 최선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가설이 뒷받침되는 결과입니다.

그런데 데이터를 자세히 뜯어보면서 '명중률 문제'를 발견했습니다. 이동약자가 궁금해하는 곳은 핫플의 식당, 카페인데, 필요성이 낮은 인테리어 업체, 바둑학원, 부동산 같은 곳의 정보가 많이 쌓였습니다. 그 이유는 '챌린지'에서는 '갯수'가 중요해지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저도 챌린지를 해보면 갯수 채울 생각부터 들더라고요. 양은 확보되는데 필요한 곳에 '명중'이 잘 안 되는 구조적 문제가 있었습니다.

높이 달린 열매를 따야 하는 시간

이제는 크루가 140명이라 한 번에 OT도 못 해요... 3회차 중 1회차 OT

1년 간의 가설 검증 결과 '온라인은 장점이 있지만, 오프라인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이 결론을 받아들고 기분이 조금 묘했습니다. '오프라인 활동은 틀리지 않았어!'를 확인하고 싶었던 건 맞는데요. 막상 온라인 활동을 해보니 운영이 쉽고 편한(?) 매력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좀 더 성능이 나와줘도 좋았겠다는, 가설을 세울 당시에는 없었던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오프라인 활동의 난이도가 더 높아지는 시점이라 이 아쉬움이 더 크게 남습니다. 30명씩 우르르 4~500개 장소를 정복하는 대규모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 줄어들었거든요. 크러셔 클럽이 그동안 열심히 활동해온 덕분에, 대형 핫플들은 거의 정복이 완료됐습니다. 남은 곳들은 교통이 불편하고, 10명 남짓 모여야 해서 대세감을 만들기 어려운 동네 상권들입니다.

비유하자면 '따기 쉬운 열매는 다 땄고 높이 달린 열매를 따야 하는 상황'입니다. 수고스럽고 재미가 덜하고 좀 더 복잡한 일이 남은 거죠. 그걸 직접 대면해야 하는 동료들에게 제안하기 미안하고 어렵고 꺼려져서 온라인에서 답을 찾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그렇게 좋아한다는 오프라인에서 어려운 답을 찾아야 하는 상황, 오프라인의 '가치'가 빛나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보통 이대호와 친구들의 모험의 패턴은 '위기가 발생했다, 그런데 동료들의 도움으로 해냈다, 역시 세상은 살만하다!'잖아요? 오늘은 다릅니다. 아직 결론을 모릅니다. 어제 막 140명의 크루가 참여하는 역대 최대 규모 크러셔 클럽 '26 봄시즌이 개막했거든요.

새로운 시스템이 커뮤니티에서 잘 수용될 수 있을까요? 계획대로 목표 달성이 잘 될까요? 그 결과는 3개월 뒤에 알려드릴게요!

휴, 어쨌든 날씨가 풀려 기분은 좋은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