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반 동안 해온 사이드 프로젝트 문 닫던 날

계단뿌셔클럽 (62)

4년 반 동안 해온 사이드 프로젝트 문 닫던 날

이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계단뿌셔클럽은 2021년 직장인들로 구성된 ‘사이드 프로젝트 팀’을 결성하면서 시작됐는데요. 수빈님과 제가 풀타임으로 전환한 이후에도 서비스를 만드는 작업은 사이드 프로젝터로 구성된 팀을 중심으로 해왔습니다. 최근에 사이드 프로젝트 체제를 종료했고, 짧은 회고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차를 타고 원주로 가며 문득 이런 질문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사이드 프로젝트를 4년 넘게 할 수 있었을까?’

연못에 띄울 종이배를 만드는 일

2021년 사이드 프로젝트팀 단체사진

처음 시작했을 때는 길면 2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연못을 건널 종이배를 만드는 일로 생각하고, 기획서를 써서 동료들을 꼬셨습니다. 벌써 5년 전, 2021년 4월의 일입니다. 접근성 정보를 등록할 수 있는 간단한 웹 서비스를 만들고, 일정량의 정보를 수집해서 빅테크 기업을 설득해보는 기획이었습니다. PM 1명, 개발자 2명, 디자이너 1명, 그리고 저까지 다섯 명으로 시작했습니다.

다들 직장인이었기 때문에 평일 저녁, 주말 시간을 이용해 회의를 하고 일을 했습니다. 매주 한 번씩 정기 회의를 하면서 프로젝트를 완성해나갔습니다. ‘맺음’이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늦봄부터 겨울까지 약 8개월을 한 시즌으로 정했고요. 시즌마다 사이드 프로젝터를 모집했습니다. 돌아보니 다섯 개의 시즌이 있었네요. 거쳐 간 분들을 세어보니 17명 정도 됩니다.

17명의 동료들과 짧게는 1개 시즌, 가장 오래 함께하기로는 5개 시즌을 함께 하면서 많은 일을 해냈습니다. 간단한 웹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지도 화면을 보며 정보 등록, 탐색이 가능한 번듯한 앱 서비스가 됐고요. 정보 수집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 서비스를 꾸준히 만들면서 누적 인원 5,000명이 11만 개 장소를 정복할 수 있도록 뒷받침했습니다. 연못이나 건너볼까 했던 종이배는 이제 철갑을 두르고 바다를 항해하고 있습니다.

세 가지 비결

이때는 몰랐던 것 같네... 계단 뿌시기가 직업이 될 줄은...

돈을 받지 않고 하는 사이드 프로젝트 팀은 6개월 지속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4년 넘게 꾸준히,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팀을 운영할 수 있었을까요? 저도 돌이켜보니 신기해서 곰곰이 생각을 해봤습니다. 세 가지가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첫째는 ‘리듬’입니다. 힙합도 재즈도 아닌데 갑자기 웬 리듬이냐고요? 1년을 한 시즌으로 정하고 시작, 집중하는 시기, 맺음, 회고 여행, 방학, 그리고 다시 시작의 흐름을 만들었습니다. ‘맺음’이 있어서 부담을 계산할 수 있도록 했고요. 잘 끝내고 기분전환하러 멀리 가서 맛있는 것 먹고 웃고 떠드는 여행을 갔습니다. 이렇게 정들어서 다음 시즌을 또 했던 동료들도 있었던 것 같아요.

둘째는 ‘효능감’입니다. 열심히 여가 시간을 반납하고 만든 서비스가 잘 쓰이는 장면을 목격해야 합니다. 이 경험을 만드는 일은 크러셔클럽이 도와줬습니다. 수많은 크루, 게스트가 모여서 ‘우리’가 만든 서비스를 사용하고, 즐거워하고, 피드백을 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시즌 중 정복 활동에 함께 가는 날을 꼭 만들었습니다.

셋째는 ‘풀타임’입니다. 저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많이 해봤는데요. ‘팀 해산’은 최악의 결말이 아닙니다. 최악은 ‘흐지부지’입니다. 수빈님과 제가 풀타임으로 전환하면서 ‘최소한 흐지부지되진 않겠구나’ 하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된 것 같아요. 또, 자신의 특기가 아닌 일들은 풀타이머들이 모두 처리했기 때문에 잘하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것도 유리한 점이었습니다.

근데, 그게 전부였을까?

생각해보니 여름에도 해커톤 간 적이 있었네!

저는 지난 4년 반 동안 사이드 프로젝트 팀 내에서 '광대'의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회의 때마다 너스레를 떨고, 어떻게든 한 번이라도 더 웃게 만들려 애썼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아주 약은 계산이었습니다. 돈 같은 이익을 줄 수 없으니, '즐거움'이라도 드리고 싶었거든요. 그래야 이 유능한 친구들이 떠나지 않고 오래 같이 해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제가 웃겨도 (심지어 별로 웃기지도 않는데), '주말에 가만히 누워 감자칩 먹고 논알콜 맥주 마시면서 넷플릭스 보기' 같은 하찮은 천국도 이길 재간이 없습니다. 그러니 앞서 말한 3가지 비결은 그저 거들 뿐, 정답은 아닙니다. 동료들이 넷플릭스 대신 슬랙을 켜고, 감자칩 대신 플로우 차트를 잡은 진짜 이유는 그냥 그 친구들이 '다정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다정한 사람들,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사람들 말입니다.


승아님, 광재님, 유진님, 정아님, 휘주님, 현진님, 소진님, 용성님, 두기님, 현석님, 회성님, 상민님, 한비님, 그리고 지금은 주 5일 만나는 수환님, 원님까지, 함께하기를 선택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선택 덕분에 계단뿌셔클럽이 있습니다.

목요일 밤, 안부와 업무를 나누던, 돌이켜 보니 다정했던 시간들을 오래도록 잊을 수 없을 거예요!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담아
당신의 친구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