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를 질투한 팀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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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를 질투한 팀원 이야기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투르 드 프랑스>는 로드 사이클 대회 ‘투르 드 프랑스’를 다룹니다. 3주 동안 프랑스 국토 3,500km를 자전거로 달리는 이 대회에 매년 20여 개 팀이 출전합니다. 각 팀은 8명으로 구성되는데요. 신기한 점은 자전거를 각자 타는 데도 ‘개인전’이 아니라 ‘팀전’이라는 것입니다. 이 ‘팀 경쟁’이라는 요소가 다큐멘터리를 ‘드라마’로 만듭니다.

팀 스포츠, 투르 드 프랑스의 규칙

험난한 지형을 달리는 투르 드 프랑스

투르 드 프랑스에 출전한 팀들의 목표는 리더의 기록을 단축시키는 것입니다. 21개 스테이지의 기록을 합산해서 가장 짧은 시간 내에 완주한 사람이 ‘종합 순위 1위’를 차지하는데요. 종합 순위 1위를 달성할 책임은 각 팀의 리더에게 있습니다. 팀원들은 앞서서 달려 바람을 대신 막아주거나, 페이스 메이커가 되거나, 물을 가져다주거나, 넘어지지 않게 보호하는 등의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와우트 반 아트는 고뇌합니다. 와우트는 평지에서 폭발적인 속도를 내는 세계 최정상급 스프린터입니다. 그렇지만 팀의 리더는 또 다른 슈퍼스타 요나스 빙에고르입니다. 왜냐하면 종합 순위 1위를 차지하는 데에는 빙에고르처럼 오르막에서 강한 선수가 적합하거든요. 그래서 수많은 팬을 보유한 사이클링 슈퍼스타 와우트는 투르 드 프랑스에서만은 ‘서포터’가 되어야 합니다.

다행히 두 슈퍼스타가 윈-윈할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투르 드 프랑스에서는 종합 우승도 중요하지만, 21개 스테이지별로 가장 빨리 들어온 선수에게 스테이지 우승자의 명예를 부여합니다. 와우트는 리더의 기록 단축을 보조하되, 자신이 유리한 스테이지에서는 스테이지 우승을 노리면 됩니다. 그러나 슈퍼스타에겐 ‘서포터’ 역할 자체가 내적 갈등의 원인이죠.

와우트의 내적 갈등

착잡한 와우트

스테이지 중간 중간 진행된 인터뷰를 보면, 와우트는 착잡한 심정을 숨기지 못합니다. 스테이지 우승을 노리고 싶었지만, 빙에고르를 보호하기 위한 경기를 하느라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또, 대중과 미디어의 최대 관심이 ‘빙에고르가 1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인가’에 쏠리는 것도 와우트를 착잡하게 합니다.

그렇지만 와우트는 갈등할지언정 ‘팀이 우선’이란 원칙을 어기지 않습니다. 압도적인 재능과 고통스러운 훈련으로 얻은 기량을 팀을 위해 모두 사용합니다. 덕분에 빙에고르는 종합순위 1위를 지킨 채로 스무 번째 스테이지에 도착합니다. 마지막에서 두 번째 스테이지인 20 스테이지의 목표는 빙에고르의 강력한 경쟁자 포가차르를 막는 것입니다. 포가차르가 이번 스테이지에서 우승하면 종합순위가 바뀔 수 있거든요.

다행히 이번 스테이지는 와우트의 필살기인 스프린트가 중요한 경기입니다. 와우트나 빙에고르 둘 중 한 명만 포가차르를 제치면 팀은 종합우승을 거머쥘 수 있습니다. 다행히 먼저 나선 와우트가 1위를 차지해 우승자의 의자에 앉습니다. 이어서 레이스에 나선 경쟁자 포가차르는 2위로 들어옵니다. 여기서 팀의 우승이 확실해집니다. 그리고 그 뒤, 팀 리더 빙에고르가 레이스를 시작합니다.

우승자의 의자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는 와우트, 이제 쟁점은 하나입니다. 빙에고르가 와우트를 꺾고 스테이지의 우승을 차지할지, 자신(와우트)이 이번 스테이지의 왕좌를 차지할지 말입니다.

경기 종료 30초 전

Team Jumbo Visma

군더더기 없고 우아한 빙에고르의 질주는 순조롭습니다. 중반이 넘어가자 와우트의 기록을 앞서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카메라는 왕좌에 앉은 와우트의 착잡한 얼굴과 빙에고르의 도도한 레이스를 교차해서 보여줍니다. 존경하는 리더이자 사랑하는 동료인 빙에고르에 대한 응원의 마음, 스테이지 우승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엎치락뒤치락 순위 경쟁을 하던 그때,

결승선을 앞둔 빙에고르가 속도를 줄이기 시작합니다.

중계를 보던 와우트의 눈에서는 눈물이 터집니다. 그 새침한 와우트가 엉엉 울며 골인 지점으로 달려가 빙에고르를 껴안습니다. 팀의 우승을 결정지은 스무 번째 스테이지, 이 결정적인 경기의 우승을 와우트 반 아트가 차지합니다. 자신의 욕망을 누르고 팀을 위해 헌신해온 슈퍼스타에 대한 빙에고르와 팀의 선물입니다.

제가 이 대목을 재미있게 본 이유는 우정에 수반되는 ‘갈등’이란 속성을 잘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친구, 동료 관계라는 것이 간단하지 않습니다. 함께 보낸 시간의 길이와 경험의 밀도 만큼 내적, 외적 갈등이 따릅니다. 따라서 우정이란 흔들림 없는 큰 범선의 한결같은 운항이 아니라, 삐걱대는 돛단배를 고쳐 쓰며 가는 불안한 모험입니다. 동료를 믿고, 스스로 인내하며 마침내 승리를 거둔 이들을 보면서, 그래도 멋진 승리가 가능한 세상인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 외에도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참 많습니다. 안 보신 분들은 시간 나실 때 한 번 보시기를 추천 드리고요. <투르 드 프랑스> 재미있게 보신 분들 계시면 댓글로 의견 남겨주세요!

자전거를 20살 때 처음 타본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