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 하나 해도 될까요?

계단뿌셔클럽 (59)

자랑 하나 해도 될까요?

6년 전부터 꿈꿔왔고, 4년 동안 공들인 일이 최근에 결실을 맺었습니다. 제가 세상에서 가장 함께 일하고 싶은 최고의 개발자로 생각해온 J가 계단뿌셔클럽에 풀타임으로 합류했습니다. ‘언젠가 스타트업을 창업하게 된다면, 꼭 J와 함께하고 싶다’고 처음 생각했던 건 2020년입니다.

2020년 3월 타다 금지법 통과, 그다음 날

타다 금지법이 통과되면서 회사는 기존 사업을 폐기했습니다. 동시에 투자로 자금을 모을 방법이 없어졌습니다. 구조조정이 바로 시작됐습니다. 정규직 직원들에게는 희망퇴직을 받았고, 파견직으로 일하던 비정규직 직원들은 구별 없이 모두 그만두게 됐습니다. 드라이버들도 일자리를 전부 잃었습니다. 혼란의 와중에도 책임 없는 사람부터 일자리를 잃는 상황에 화가 치밀었습니다.

누구 잘못일까? 회사일까, 정부일까, 국회일까? 어디를 향해야 할지 모르는 분노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수치심에 휩싸여 페이스북에 글을 막 썼습니다. 부끄럽고 열 받는데, 누구 탓인지, 어떻게 하면 이런 일을 다시 안 겪을 수 있는지 알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실 회사 사람들과 하고 싶었던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세상이 원래 그런 거 아니겠냐’고 생각해서 공감하는 사람도 없을 것 같은 이야기, 그래서 누구라도 보라고 페이스북에 썼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제 글을 공유했습니다. 직장 동료였던 J였습니다. 그는 글을 공유하면서 이렇게 썼습니다.

“언젠가는 쏟아지는 질문에 답을 낼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그걸 보고 저는 언젠가 J와 함께 모험을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같은 질문에 의문을 품을 수 있는 친구라면, 그 질문의 답을 구하는 여정을 함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공동창업, 4년의 팀플레이

2022년의 어느 날

1년 뒤, J와 함께 계단뿌셔클럽을 시작하게 됩니다. 문과생인 저와 수빈님이 사이드 프로젝트로 계단뿌셔클럽을 하기로 결심했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개발자 찾기’였습니다. 제가 가장 먼저 떠올린 개발자는 당연히 J였습니다. J가 제안에 흔쾌히 응하면서 저희 셋은 팀이 됐습니다. 그렇게 J는 2021년부터 4년 동안 주중 저녁과 주말에 계뿌클 개발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2023년 계뿌클은 수빈님과 제가 풀타임으로 전환하고 상근 조직이 됐습니다. 그럼 J도 꼬셔볼 법하잖아요? 그런데 엄두가 안 났습니다. 탁월한 개발자인 J는 높은 연봉을 받고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연봉을 맞춰줄 형편은 아예 되지 않았고요. 철판 깔고 맨바닥에서 같이 해보자고 하려면, 결국 이 일이 잘될 거란 확신이 있어야 하는데 솔직히 저에게도 그런 확신이 없던 시기입니다.

그러다 2024년의 계단뿌셔클럽은 풀타임 개발자가 점점 필요해졌습니다. 할 일이 마구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그전까지는 ‘우리끼리 할 수 있는 수준으로 통제할 수 있는 프로젝트’였는데요. 커뮤니티가 확장되고, 파트너가 늘어나고, 외부의 인정을 받는 일이 생기다 보니 점점 그럴 수 없게 됐습니다. 더 잘해야만 상황이 되더라고요. 당연히 개발하고 싶은 것도 마구 늘어났습니다.

그렇게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J가 먼저 고백(...)을 해왔습니다.

기쁘고 두렵다!

2024년의 어느 날

J는 “지금 계뿌클에 물이 들어오는 것 같으니, 자신이 합류해 함께 전속력으로 노를 저어보면 팀이 크게 성장하고 성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보상 수준을 낮춰야 할 테니 평생은 어렵겠지만, 1~2년 정도 함께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거예요. 저와 수빈님이 그랬듯 계뿌클 일이 더 재미있고 의미 있는 것 같아 회사 일이 손에 쏙 안 잡힌다고도 했습니다.

2020년부터 꿈꿔왔던 J의 합류가 그렇게 결정됐습니다. 기쁘지만 무섭기도 합니다. 기쁜 까닭은 목표를 향해 제대로 달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J 외에도 세 분이 더 합류하게 되어 9월부터 계뿌클은 6인 체제가 됩니다. 원래 여섯 명이 팀으로 노를 저어야 하는 보트에 세 명이 앉아 울며 겨자 먹기로 조정 경기에 나간 느낌이었는데, 이제 제대로 자리 다 채우고 레이스를 하게 된 기분입니다.

가장 무서운 일은 월급이 밀리는 것입니다. 저랑 박수빈 두 명이 일하는 조직에서 월급이 밀리면 자기 자신의 무능함을 탓하면 끝이지만, 앞으로는 아닙니다. 임금 체불이고 위법입니다. 게다가 자신의 커리어를 걸고 온 J와 동료들의 신뢰를 배반하는 일이고, 엄청난 폐를 끼치는 일입니다.

또 하나 무서운 건 이제 핑곗거리가 없어졌다는 겁니다. 진정성과 실력을 겸비한 인재들이 계뿌클 오피스의 빈자리를 다 채웠습니다. 이전에는 뭘 못 하면 사람이 없어서, 개발자가 없어서 탓할 거리가 있었는데 이제는 없습니다. 온전히 리더십의 책임입니다. 이렇게 두렵지만 설레는 모험이 시작됐습니다.


우선은 쏟아지는 청구서의 답을 내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노동청에 안 가고 싶은(ㅠㅠ)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