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해 줘서' 고맙다고 말하세요
사람들과 잘 지내는 법 (3)
사람들과 잘 지내는 법 (3) : 우정으로 세상을 구하려면 사람들과 잘 지내야 합니다. ‘공감’이란 재능을 타고나지 못해 관찰, 분석, 연습, 시행착오를 거치며 ‘사람들과 잘 지내는 법’을 머리로 배웠습니다. 제 나름의 배움을 소개합니다. 여러분의 모험에 부디 보탬이 되기를!
“숙박비 지원은 안 되지만요…”
얼마 전 메일을 한 통 받았습니다. 부산에 있는 한 공공기관의 강연 요청이었습니다. 멀리 가는 것이 조금 부담스럽지만, 재미있을 것 같아 자세한 사항을 여쭤봤습니다. 숙박비, 교통비 지원이 되는지 궁금했습니다. 저녁 무렵 끝나는 일정이라 부산에서 아예 자고 오는 것이 나을 것 같았거든요. 간 김에 바다도 보고 부산에서 맛있는 것도 먹고 싶기도 했습니다.
담당자 정 선생님은 기관 방침상 교통비는 지원이 되지만 숙박비는 지원이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자신이 잘 아는 게스트하우스가 있는데, 원하면 그곳에서 무료로 묵을 수 있도록 얘기해 두겠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면서 강의 사례비가 약소한데 숙박비 지원도 안 되어 아쉽고 미안하다고 하셨습니다. 이 대화를 나누고 저는 이 강연을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산 출장은 참 좋았습니다. 강연도 뜻깊었고, 숙소도 잘 이용했습니다. 정 선생님이 이 출장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알아봐 주신 것은 ‘책임'이라기 보단 ‘배려’입니다. 담당자의 책임은 방침을 정확히 안내하는 것까지입니다. 그래서 더 감사하다고 생각했고, “정 선생님이 배려해주신 덕분에 더 편안하고 좋은 경험을 하고 왔다”는 감사인사를 전했습니다.
배려의 두 가지 리스크
타인의 ‘배려'와 ‘책임'을 구별하고 ‘배려'에 대해 꼬박꼬박 감사인사하면 사람들과 더 잘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이렇게 했을 때 사람들이 더 많이 배려해 주기 때문입니다. 감사인사를 꼬박꼬박 했을 때 더 많이 배려해주는 까닭은 감사인사가 배려에 따르는 리스크를 없애주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배려하려고 할 때 두 가지 리스크(위험)가 따릅니다.
첫째, 상대가 당연하게 생각할 위험입니다. 누군가에게 호의를 갖고 배려했을 때 상대방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상황을 경험해 보신 적이 있나요? 살다 보면 흔히 겪는 일입니다. 대단한 배려가 아니더라도 ‘괜히 그랬구나!’ 하는 후회가 듭니다. 그리고 다음부턴 그 사람에게는 배려하고 싶지 않아 집니다.
둘째, 매번 배려해야 할 위험입니다. 이번에는 여유가 있어서 배려할 수 있었지만, 다음에는 못 해줄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책임의 일환으로 생각해버리면 부담이 됩니다. 정 선생님이 제게 숙소를 알아봐 준 것을 담당자의 책임으로 생각한다면 다음에 섭외 요청이 왔을 때도 기대하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 위험 때문에 ‘매번 할 수 없는 배려’를 우리는 망설이곤 합니다.
간단한 해결책 ‘감사인사’
누군가를 배려했을 때, 상대방이 “이렇게까지 안 하셔도 되는데, 세심하게 배려해 줘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한다면 우리의 마음은 한껏 관대해집니다. 다음에도 또 배려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두 가지 리스크가 모두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이 사람은 우리의 실천에 대해 고맙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고, 그것이 우리의 당연한 책임이 아니라는 것도 인식하고 있으니까요.
놓칠 때도 있지만, 배려를 받았을 때 감사의 마음을 꼭 전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그게 상대방의 책임이 아니라 배려라는 점을 제가 인식하고 있다는 걸 표현하려고 합니다. 물론, 응당한 도움을 받을 때도 고맙다고 말하지만요. ‘배려'에 대해서는 ‘세심하게 배려해 주신 덕분에’, ‘그런 부분까지 신경 써주실 줄 몰랐는데’ 같은 말로 마음을 더 전하려고 합니다.
감사인사를 잘하면 자연히 더 많은 배려를 받으며 살아가게 됩니다. 이렇게 분석해서 얘기하다 보니 ‘타인에게 더 많은 배려를 받는 계산적 술책'을 설명하는 것 같네요! 그렇지만 타인의 배려에 꼬박꼬박 올바로 감사를 표하는 것은 그 자체로 좋습니다. 호의 베푼 사람들이 감사인사를 꼬박꼬박 받으면, 배려가 더 풍성한 세상이 될테니까요. 누군가의 의도적인 노력이더라도 말이죠.
늘 재미있고 유익하지 않을 텐데, 매번 이렇게 저의 편지를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시는 세심한 배려에 대해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답니다. 재미있게 쓰려고 더 노력할게요!
늘 감사한 마음뿐인 여러분의 친구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