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우리 아파트에서 벌어질 일

새분당플랜

앞으로 우리 아파트에서 벌어질 일

요즘 동네가 난리입니다. 저는 성남시 분당구의 33년 된 아파트에 사는데요. 작년에 분당, 일산 등 ‘신도시’ 재건축을 촉진하는 ‘특별법’이 통과되어 재건축이 추진될 거라는 기대가 높아졌습니다. 거리에 나부끼는 재건축 현수막을 보며 30대 무주택자인 저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우리 동네 재건축되는 게 우리한테 좋은 걸까?’

이 질문의 답을 구하려면 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구조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재건축을 왜 하는가?

30년 된 큰 나무가 많은 우리 동네의 매력

아파트 재건축은 아파트 소유자들이 팀(조합)을 꾸려서 ‘저층 아파트’를 ‘고층 아파트’로 바꾸는 사업입니다. ‘헌 집 줄게 새집 다오(DAO)’가 재건축의 본질입니다. 이 사업의 목적은 ‘재산 가치 상승’입니다. 위치와 면적이 같다면 새집의 가치가 보통 더 높은데요. 비용을 들여 새집을 지어 판매하면 차익을 얻고, 판매하지 않으면 더 쾌적한 환경에서 살 수 있습니다.

근데 이것도 사업이라서 ‘사업성'을 잘 따져야 합니다. 사업성은 ‘집값 상승(기대 이익)’과 ‘분담금(예상 비용)’의 차이를 비교해서 판단합니다. 분담금은 아파트를 허물고 지을 때 드는 돈을 아파트 소유자들이 나눠 내는 돈입니다. 이것보다 집값이 더 올라야 이득입니다. 가령 100만 원 분담금을 냈는데 집값이 50만 원만 올랐다면 손해를 본 셈입니다.

그래서 재건축 사업의 관건은 ‘집값의 최대화’, ‘분담금의 최소화’입니다. 근데 조합이 노력해도 집값을 바꾸긴 어렵습니다. 아파트 가격은 보통 아파트 위치, 전반적 경제 상황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분담금은 다릅니다. 조합이 가진 사업 계획의 내용은 물론 법, 정부의 방침에 따라 좌우됩니다. 정치와 정부의 결정에 따라 분담금이 달라지고, 사업성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분담금 결정의 3대 요소

동네에서 발견한 님부스 2000

분담금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 세 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 공사비
  • 용적률
  • 공공기여분

공사비는 분담금의 뿌리입니다. 건물을 부수고 다시 짓는 비용을 조합원이 나누어 내야 재건축을 할 수 있습니다. 공사비의 중요성은 점점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과거에는 공사비가 장기간 일정했는데요. 몇 년 사이에 공사비가 엄청나게 올랐고, 변동성도 매우 커졌습니다. 공사를 하다 보니 공사비가 예상보다 너무 많이 들어 분담금이 늘어나는 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용적률은 ‘몇 층까지 높이 지어도 되는가'를 정하는 기준입니다. 내 땅이라고 해서 맘대로 높이 높이 건물 지을 수 없습니다. 땅마다 법으로 정해둔 용적률의 범위가 있고, 성남시 같은 지방정부가 정확한 상한을 정해줍니다. 높은 용적률을 허용해 주면 아파트를 높이 지어서 많이 만들 수 있고, 남는 집을 판 돈으로 분담금을 줄일 수 있습니다. 사업성이 높아집니다.

아파트 재건축을 할 때 공공시설을 일정 수준 이상 만들어 정부에 주도록 돼있습니다. 임대주택, 공원, 학교, 파출소 등이 대표적입니다. ‘하늘의 공간’을 공공재로 보고, 이것을 새 아파트를 지을 때 내어주는 대가를 정부가 받습니다. 그래서 용적률을 높게 받아 아파트를 높게 지을수록 공공기여분이 늘어납니다. 이것 역시 법으로 범위를 정하고, 최종 결정은 지방정부가 합니다.

특별법 효과

열심히 편지 쓰는 이대호

분당 재건축은 ‘사업성이 애매한 사업'에 가까웠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 고층이거든요. 저층 아파트여야 용적률을 몇 배로 높여서 많은 집을 만들고, 많이 팔고, 많은 수익을 남겨야 분담금이 별로 안 나옵니다. 공짜로 하는 경우도 있죠. 근데 저희 집은 이미 20층짜리 아파트입니다. 부수고 높이 짓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분담금을 많이 내야 재건축을 할 수 있습니다.

작년 연말 통과된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의 핵심은 ‘용적률 높여주기’입니다. 분당, 일산 같은 신도시에서 재건축을 할 때 전에 비해 더 높이 지을 수 있도록 법을 고쳤습니다. 그러니 전에는 사업성이 안 나온다고 생각해 재건축 생각을 안 하던 아파트에서도 재건축에 희망과 기대를 품게 됩니다. ‘남는 장사’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지난 총선, 정치권에서는 ‘공공기여분'을 줄여주겠다는 공약을 많이 냈습니다. 공약이 실현되어 공공에 내야 할 돈까지 줄면 조합원들이 낼 분담금이 더 줄어듭니다. 재건축 사업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이 커집니다. 게다가 각종 복잡한 심사, 허가 절차 또한 최대한 빨리 처리해 주겠다는 입장입니다. 특별법 제정을 통한 ‘기대 이익'의 증가, 이것이 저희 동네 재건축 붐의 원인입니다.


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기본 구조, 원리만 설명했는데 여백이 부족하네요. 재건축이 우리에게 과연 좋은 것인지는 다음 편지에서 이어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분당구만의 얘기 같지만요. 제 생각에 수도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입니다. 특히 무주택자 여러분, 이 기회에 함께 생각해 봐요!

무주택자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