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참 이상하다

계단뿌셔클럽 (47)

성격 참 이상하다

기쁜 소식입니다. 계단뿌셔클럽이 CTR그룹, 쏘카와 ‘포용적 이동환경 조성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기부금도 받고,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 협력도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건 너무도 귀중하고 감사한 협약을 앞두고 ‘지금이 최선일까?’하는 고민이 들었다는 점입니다.

협약의 성격

협약 전략

각자의 강점을 발휘해 ‘포용적 이동 환경 조성'을 해보기로 약속했습니다. 쏘카의 회원 수는 1,300만 명입니다. 쏘카 앱을 기반으로 한 공동 캠페인, 쏘카 쿠폰을 활용한 정복활동 이벤트 등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CTR그룹은 여러 지역에 공장을 운영하는 글로벌 자동차 부품 기업입니다. 사업장이 소재한 지역의 지역사회와 연계한 캠페인을 해볼 수 없을지 의논해 보고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번거로울 수 있는 방식입니다. 기부만 하고 일은 비영리 조직이 알아서 하는 편이 편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비영리 조직과 기업 간의 협약은 기부만을 약속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에 함께 일하는 끈끈한 방식의 협업이 가능했던 까닭은 세 팀의 비전, 미션에 교집합이 있기 때문입니다.

  • 모든 이동에 안전함을 더하는 핵심기업 (CTR그룹)
  •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행복하게 이동하는 세상을 만듭니다 (쏘카)
  • 이동약자와 그 친구들의 막힘없는 이동 (계단뿌셔클럽)
  • 이동약자를 포함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세상 (협약 전략)

비전, 미션은 그 조직의 존재 이유와 할 일을 규정합니다. 해야 할 일에 서로 교집합이 있기 때문에 긴밀한 협업을 설계할 수 있었습니다. 목표가 아예 달랐다면 이런 협업은 어려웠을 겁니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

성격 참~ 이상한 이대호

이렇게 근사한 협약을 왜 해야 하나 고민을 했냐고요? ‘인정받고 싶은 마음’ 때문입니다. 협약에 서명한 두 회사의 대표자 두 분은 제가 존경하고 닮고 싶은 리더들입니다. 한 분은 저와 수빈님이 다녔던 회사의 CEO였습니다. 참 많은 걸 배웠습니다. 다른 한 분은 황당할 수도 있는 저의 선거 도전의 진심을 알아봐 주시고, 후원회장까지 맡아주셨습니다.

그래서 세상으로부터 더 인정받은 뒤였으면 싶었습니다. 도움 없이 큰 성취를 해내야 인정받을 자격이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협약 제안을 주셨을 때 ‘우리가 이만큼 해냈구나!'하는 생각에 무척 기쁘면서도, 인정을 받고 싶은 분들께 온전한 인정을 획득할 기회를 놓치게 된 것만 같아 괜히 오기를 부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상한 생각이죠?

이상한 생각이라는 거 저도 알아요! 근데 쓸데없는 오기를 가진 저로서는 정말 생각이 많아지는 사건이었습니다. 물론 공사 구분이 확실한 분들입니다. 객관적으로 판단해서 이번 협약을 결정하셨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독립적으로 성취를 거두어 자랑하고 칭찬받고 싶었던 아이 같은 바람이 꺾여 아쉽더라고요... 유치하지만...

오기를 알량하게 만드는 현실

크러셔 데이 @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어제 4월 20일은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이자 계단정복지도 앱을 출시한 생일입니다. 이날을 기념해 광화문에서 130여 명을 초대한 ‘크러셔 데이'를 열었습니다. 오전 2시간 광화문 일대에서 100여 명이 정복활동을 하고, 오후에는 실내에서 ‘이동약자와 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는 패널 토크를 했습니다. 미흡한 점들이 있었지만, 많은 분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가셨습니다.

20명 이상의 휠체어 사용자가 참석했습니다. 참석자 A는 10시에 도착하기 위해 오전 4시 30분에 장애인 콜택시를 호출했고 일찍 차가 잡혀 7시 30분에 행사장에 도착했습니다. 경기도에 사는 B는 전날 행사장 근처 친구 집에서 잤습니다. 크루이기 때문에 의정부에서 9시까지 와야 했던 C는 대중교통을 탔다면 내지 않아도 될 7,000원의 주차비를 내면서 차를 운전해 와야 했습니다.

존경하는 선배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내 친구들이 휠체어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몇 시간씩 일찍 출발해야 하는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짜증에 미치지 못합니다. 어제 같은 경험을 하면 정신이 확 듭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원을 확보해 문제해결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제가 할 일이지, 고상하게 자존심 같은 걸 생각할 일이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닫는 최근 몇 주였습니다.


혹시 계단뿌셔클럽 정복활동 해보고 싶지 않으세요? 마침 다음 주말부터 참가 가능한 정복활동이 시작됩니다. 관심 있는 분은 여기를 눌러보시면 원하시는 일정을 선택하실 수 있답니다. 좋아하는 친구랑 같이 한번 놀러 오세요!

문제 빨리 해결 돼서 알량하게 살고 싶은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