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의 새로운 꿈 ‘건물주’

계단뿌셔클럽 (46)

이대호의 새로운 꿈 ‘건물주’

사실 저는 ‘건물주’를 꿈 꿔본 적이 없었습니다. 제 취향에 맞는 직업(?)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계단뿌셔클럽에서 일하다 보니 건물을 갖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이동약자와 그 친구들이 쓸만한 장소를 찾는 일이 정말 어려워서 ‘내가 직접 하나 차리고싶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첫 번째 시련 ‘사무실 구하기'

여러 사람의 친절로 얻게 된 소중한 사무실

동료 수빈님이 퇴사하고 풀타임으로 계뿌클에 합류하면서 사무실이 필요해졌습니다. 첫 사무실은 카페였습니다. 향긋한 커피와 감미로운 음악, 바리스타가 친절하게 미소지어주는 곳, 카페에서 일하는 건 사무직 직장인들의 습관적 환상입니다. 근데 매일 카페에서 일하면 왜 돈 들여 사무실 쓰는지 알게됩니다. 일하기 좋은 카페는 곧 시끄럽고, 춥고, 산만해지거나 혹은 폐업합니다.(...)

사무실이 필요한데 돈은 없고, 가장 먼저 떠올린 건 창업한 친구들이었습니다. 남는 공간을 빌려 쓸 수도 있으니까요. 가장 마음씨 좋은 친구네 사무실에 염탐하러 갔는데요. 문제가 있었습니다. 장애인 화장실은 언감생심, 사무실까지 가는 경로 군데군데 계단과 단차가 있었습니다. 다른 친구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 2층에 있는 사무실을 쓰고 있었습니다. 우리 팀엔 안 맞습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합니다. 이동약자와 친구들에게 편한 공간은 임대료 비싼 대형 빌딩입니다. 반면 초기 스타트업은 저렴한 장소를 찾습니다. 우리도, 형편이 좀 나은 스타트업들도 ‘계단 없는 사무실’을 쓰긴 어렵습니다. 그래서 아직 카페를 전전하냐고요? 상냥한 분들의 배려로 공익재단이 운영하는 편리한 스타트업 공간에 입주할 기회를 얻어 맘 편히 일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시련 ‘행사장 구하기'

눈물의 구구절절문과 쿨한 승인 문자

계단뿌셔클럽의 구성원 중에서 이동약자의 비중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정복활동도 커뮤니티 행사에도 이동약자 참여자가 없었습니다. 휠체어 사용자는 공동대표인 수빈 님이 유일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작년부터 휠체어 사용자, 유아차 사용자, 어르신 등 다양한 이동약자의 참여가 생기고 늘고 있습니다. 아주 기쁘고 근사한 변화입니다.

그래서 이제 행사를 열 때 ‘이동약자와 그 친구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인가’에 대해 고민합니다. 대표적인 고려 사항은 엘리베이터, 장애인 화장실, 공간의 크기입니다. 엘리베이터, 장애인 화장실이 있는 장소여야 하고, 공간도 넉넉해야 합니다. 그래야 모두가 쾌적하고 편리한 행사의 운영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이런 공간이 많지 않고, 비싸다는 것입니다.

작년 가을시즌 크루(운영진) OT 장소를 구할 때도 애를 먹었습니다. 시설, 예산 모두 맞는 곳이 딱 한 곳이었는데요. 마침 저희 행사 날 담당자 부재로 대관이 어렵다는 것 아니겠어요? 근데 정말 다른 대안이 없었습니다. 바짓가랑이 잡는 심정으로 우리가 얼마나 절박한지 장문의 구구절절문을 메일로 보내 겨우 허락을 받아 행사를 치를 수 있었습니다.

발등의 불 ‘광화문 다목적홀 찾기'

장소 찾는 작업으로 불타고 있는 준비팀

4월에는 앱 서비스 계단정복지도가 출시된 생일이 있습니다. 계단뿌셔클럽에는 아주 의미 있는 날입니다. 이날을 기념할 행사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구성은 쭉쭉 빠집니다. 아주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근데 이번에도 난관이 ‘행사장'입니다. 광화문 근처에서 이동약자와 그 친구들이 100명쯤 함께 행사를 치를 수 있는 공간을 찾아야 합니다.

광화문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편의시설 잘 갖춘 대형빌딩이 많은 동네니까요. 발품 팔면 충분히 찾겠지 싶었습니다. 준비팀은 광화문 주변 대형 행사장을 조사해 목록을 만들고 한 군데씩 연락했습니다. 근데 특이한 점이 있었습니다. 대기업 사옥들이 내부에 갖춘 다목적홀이 많은데, 대부분 외부 행사에는 대관을 안 해준다는 것입니다! 이해는 가지만 너무해!

안 된다고 해서 안 되는 줄 알면 안 되겠죠? 다목적홀을 보유한 회사의 내부 담당자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부탁하면 풀릴 수도 있다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건너 건너 부탁할 수 있는 분들께 도움을 청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한 기업 소유의 접근성 좋고 편리한 다목적홀을 답사까지 했는데, 최종 단계에서 반려되고 말았습니다. 어찌나 아쉽던지 눈물이 찔끔 났습니다.


‘장소 찾는 시련'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혹시 광화문에 120명 규모의 행사를 치를 수 있는 다목적홀을 아시거나 연결해 주실 수 있는 분이 계시면 도와주세요! 정말 흥미진진한 행사를 기획하고 있는데, 장소만 찾으면 되거든요!

영혼이 광화문을 떠도는 중인
이대호 드림.

*여러분의 뜨거운 성원 덕택에 지난주 소개했던 <크러셔 클럽> 모집은 조기, 초과 달성했습니다. 관심 가져주시고 마음 써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