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한 헤어짐

계단뿌셔클럽 (32)

어색한 헤어짐

돌이켜 보면 계단뿌셔클럽(SCC)을 하면서 계획한 일들은 대체로 잘 됐습니다. 10개 중 7, 8개 정도는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졌습니다. 잘 안되는 2, 3개 중에 아주 큰 고민거리가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크루의 만족도’입니다. 매 시즌 SCC를 현장에서 함께 운영해 온 크루들께 SCC 경험이 과연 큰 의미와 매력이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어색한 헤어짐

가을 시즌 준비 모임

클럽 활동에 와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클럽 활동 현장에는 크루와 멤버가 있습니다. 멤버는 홍보물을 보고 온 참가자입니다. 이 참가자를 환영하고 활동 요령을 안내하는 건 안내자인 크루의 몫입니다. 처음에는 지부장, 파트너라고 불렀는데요. 얼마 전 지난 시즌 크루들끼리 상의해서 리더, 가이드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10월에 개막할 ‘23 가을 시즌은 SCC의 여섯 번째 시즌입니다. 지금까지 다섯 번의 시즌 동안 40명 넘는 분들이 크루로 함께 해주셨습니다. 지부별 활동 스케줄을 짜고, 활동 요령을 배우고, 한 시즌에 적으면 세 번, 많으면 다섯 번씩 현장에 나와 클럽 활동을 진행합니다. 한 시즌 활동이 끝나면 회고 파티를 하기도 했고, 온라인으로 격려만 나누고 마무리한 시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묘하게 시즌이 끝나고 헤어질 때마다 무언가 어색했습니다. 아쉽고, 다시 보고 싶은 분위기여야 좋은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지난 시즌 끝나고 이유를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다음 시즌에 또 하고 싶다는 분위기가 안 생겨서’입니다. 크루 활동에서 기대한 바가 아무래도 잘 충족이 안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슈퍼팬

책 <슈퍼팬>

얼마 전 공동대표 수빈 님이 <슈퍼팬>이란 책을 선물해 줬습니다. 이 책은 기업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 강력한 팬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와 그 방법을 조언합니다. 제목 슈퍼팬은 ‘확실한 단골’을 의미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제가 계단뿌셔클럽의 슈퍼팬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또 저 같은 슈퍼팬이 SCC에 늘어나면 금방 ‘모두가 편리하게 이동하는 세상’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럼, 누구를 SCC의 슈퍼팬으로 만들어야 할까요? SCC의 커뮤니티 기획자 소희 님은 아주 단호하게 ‘크루’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수많은 크루들이 거쳐 갔는데 모여있거나 연결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후회가 됐습니다. SCC의 비전에 공감해서 많은 시간을 내준 동료들인데, 시즌이 끝난 뒤에는 별다른 연락 한 번 하지 않은 사람이 대부분이니까요.

지부별로 돌아가다 보니 생기는 한계도 있습니다. 다 같이 으쌰으쌰 할 일이 많으면 유대감이 생기고, 친해져서 관계를 이어 나가기가 유리한데요. 한 시즌이라고 해봐야 한 달밖에 되지 않고, 시간표가 맞지 않으면 서로 만날 일이 거의 없습니다. 저조차도 다 친해지지 못했으니, 끝나고 나서도 다시 만나자, 모이자, 놀자, 그런 말이 안 나왔습니다. 죄송하지만 저도 어색했어요!

이번 시즌은 달라질 거야!

가을 시즌 크루 한정 굿즈

SCC의 올가을 목표는 원대합니다. 수도권에서 40명의 크루를 모집해 10개의 지부를 만듭니다. 500여 명의 멤버를 모집합니다. 멤버들과 함께 15,000개 장소를 방문하고, 계단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난 시즌에는 20명의 크루와 4개 지부를 만들고, 200명의 멤버들과 4,000개 장소의 계단정보를 모았습니다. 큰 성장을 필요로하는 도전적인 목표입니다.

이런 숫자로 된 목표도 중요하지만, 크루가 성장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시즌을 만드는 걸 최우선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예쁜 크루 한정 굿즈도 만들고요. OT 프로그램도 ‘활동 요령 교육’이 아니라 사회인으로서 성장하는 시간으로 기획하고 있습니다. 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역할도 넓히고요, 정규 시즌 끝나고 나서는 크루만 참석할 수 있는 강연, 세션도 기획 중입니다.

사실 그동안은 계단정복지도 앱을 제대로 만드는 일, 최소한의 클럽 운영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 급하고 벅찼습니다. 크루의 경험이 만족스러울지 고민해 보지 못했습니다. ‘저희 일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에 그치는 공급자 관점이었습니다. 어색한 헤어짐으로 끝날 수밖에요. 이번 시즌은 다릅니다. 끝나서 아쉽고, 또 하고 싶은 시즌을 기필코 만들어 내고 싶습니다.


혹시 가을 크루가 되셔서 직접 확인해 보시겠어요? 엄지 한 마디의 단차도 장벽이 되는 세상을 부러뜨리기 위해서는 귀하의 합류가 필요합니다. 생각보다 부담이 적은 활동입니다. 올가을, 좋은 친구들과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을 함께하면 정말 좋겠어요!

여러분의 슈퍼팬 이대호 드림.

🙌 서울 강남, 관악, 서대문, 마포, 성동, 용산 / 경기 고양, 성남 / 인천 강화, 남동구 등에서 활동할 크루 절찬리 모집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