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 무섭지 않아요?

계단뿌셔클럽 (31)

요즘 애들 무섭지 않아요?

“혹시 저희 학생들과 계단정복지도를 써볼 수 있을까요?”

얼마 전 계단뿌셔클럽에 반가운 연락이 왔습니다. 발신자는 강화도의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시는 사서 선생님입니다. 지도하고 계신 동아리 학생들과 계단정복지도를 사용해 보고 싶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청소년들과 계단 정복 활동하는 건 계뿌클 시작부터 간직했던 꿈입니다. 공동대표 수빈님과 함께 강화도로 달려가기로 했습니다!

방과 후 뿌셔클럽 첫 출동!

열심히 발표 중인 박수빈 공동대표님

감사하게도 수업도 하게 됐습니다. 중학생 친구들에게 ‘어떤 과정을 거쳐 계뿌클을 하게 됐는지 자세히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계단 정보 부족 문제’를 정의한 날부터 팀으로 활동하는 지금까지의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것 참, 문제가 심각하네’에서 시작해 친구들과 힘을 합쳐 풀어나갈 방법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습니다.

발표 자료를 만들다 보니, 청소년 대상으로 SCC를 설명해 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게다가 청소년 강의 중에는 중학생 수업이 가장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전혀 집중하지 않는다고요. 그래서 수업 잘 진행될까 불안했지만, 누구에게나 처음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냐는 무책임한 생각을 품고 강화도로 떠났습니다.

출동!

여기 선진국이군요?

큐레이션 코너도 있다!

학교에 들어선 순간 “와… 선진국이네…”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복도는 나무 널빤지가 아닙니다. 아주 당연히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2층에 있는 학교 도서관은 어릴 적 가본 학교 도서실과는 딴판이더라고요. 한편편에는 5월을 맞아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필사하는 코너가 있고, 한 벽은 선생님이 추천하는 책들로 꾸며져 있었습니다. 동네 독립 서점 같았습니다.

수업은 순조로웠습니다. 생각보다 집중해서 잘 들어주더라고요. 친구들은 선생님의 지도로 미리 SCC 소개 영상도 다 보고 왔고, <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 다양한 몸 사이의 경계를 허물기 위하여>라는 책도 같이 읽어보았다고 합니다. 스타트업의 개념과 스타트업의 업무 방식, 문화에 관한 저희 설명이 어렵지 않을까 했는데 다들 잘 이해해서 놀랍고 재밌었습니다.

스타트업을 다들 어떻게 알게 됐냐고 물어보니까 드라마 <스타트업> 에서 봤다고 하더라고요. 새삼 대중 콘텐츠가 가진 힘이 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라마의 내용이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긴 한데, 실제로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남주혁 배우 보다는 저처럼 생긴 사람이 많다고 했더니 아이들이 아주 좋아했습니다.

설명을 끝내고 혹시 질문 있냐고 물었는데요. 한 친구가 손을 들고 말했습니다.

“근데 저희 언제 나가요?”

미래가 밝은 것 같아!

한 번에 다 알아듣는 유능한 대원들

강화군청 근처 200여 개 장소를 정복하기로 했습니다. 둘씩 짝을 지어 1시간 동안 정복 활동을 했습니다. 보통 활동 중에 앱 사용법에 관해 물어보시는 경우가 많은데요. 모바일에 익숙한 세대라 그런지 아무 질문 없더라고요. 또 지금까지 참여했던 어떤 정복대원도 뛰면서 정복하지는 않았는데, 강화여중 정복대원들은 뛰어다니면서 정복을 합니다…

끝나고 후기를 나눴습니다. 솔직한 의견들을 들려주셨습니다. “생각보다 재밌네요.” “하다가 아는 친구 만났어요.” “별로 기대 안 했는데 굿즈 스티커 나쁘지 않네요” “이상한 사람으로 의심받아서 제가 설명을 했는데, 다음번에 또 그런 상황이 생기면 얘(짝꿍꿍)가 설명하기로 했거든요. 근데 또 묻는 사람이 없었어요” “재밌었어요.” “사진 올릴 때 제 얼굴은 가려주세요”

재잘재잘, 명랑한 이야기를 듣는데 저도 모르게 희망을 품고 말았습니다. 기후 위기, 고령화, 일자리 감소, 긴장이 높아지는 국제정세 같은 걸 자주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청소년들이 좀 시무룩할 거라고 생각했나 봅니다.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더라고요. 인생과 세상에 대한 흥미와 미래에 대한 기대가 느껴졌습니다. 제가 너무 비관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머쓱했습니다.

게다가 친구들은 저보다 높은 기준을 갖고 있습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사회, 제게는 그것이 ‘아주 열심히 노력하면 어쩌면 이뤄질 미래’인데요. 그들에게는 당연한 미래더라고요. 그 당연해 하는 모습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맑은 긴장감을 느꼈습니다.


뉴스 보면 청소년들 참 무섭잖아요.
그런데 만나 본 적 없어서 생긴 편견 같습니다.

왕창 배우고 돌아온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