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기득권 연합’의 탄생

비대면진료법

신기한 ‘기득권 연합’의 탄생

혹시 ‘닥터나우’ 써보셨어요? 전화나 화상통화로 의사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앱입니다. 약은 퀵서비스나 택배로 보내줍니다. 원래 우리나라 법은 이런 비대면진료를 금지하고 있는데요. 코로나19 감염병이 유행하면서 잠깐 허용됐습니다. 그런데 감염병 위기 경보가 곧 낮춰질 예정입니다. 그러면 닥터나우 같은 19개 스타트업은 비대면진료를 할 수 없게 됩니다.

법을 고쳐 비대면진료를 허용할지, 다시 금지할지 국회에서 한 판 붙었습니다. 사회적으로 큰 화제가 되고 있진 않지만요.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쟁점은 ‘초진 허용’

출처: 보건복지부

사실 국회에서 ‘비대면진료 허용하는 법 만들지 말자’고 주장하는 국회의원은 없습니다. 지금까지 비대면진료를 이용한 사람은 1,379만 명입니다. 이용 건수로는 3,600만 건이 넘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허용이었지만, 이미 많은 국민이 비대면진료를 편리하게 사용합니다. 특히 어린 자녀를 기르는 부모들에게는 필수적인 서비스로 자리 잡아 ‘다시 전면 금지’는 어렵습니다.

게다가 3년 동안 해보니 부작용도 거의 없었습니다. 의료계는 비대면진료를 도입하면 오진, 의료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또 동네 병원에 가지 않고 상급병원으로 쏠려서 의료체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발생한 의료사고는 0건입니다. 그리고 이용한한 병원의 86%가 동네 병원이었습니다.

쟁점은 ‘초진’을 허용할지 여부입니다. 아파서 처음 병원 가면 초진입니다. 의사 선생님이 다음 주에 약 받으러 또 오라고 할 때가 있죠? 재진입니다. 19개 비대면진료 스타트업에 따르면 이용자 99%는 ‘초진’입니다. ‘초진 금지’하면 주말에 갑자기 몸살이 심해서 약을 받고 싶을 때는 쓸 수 없습니다. 그렇게 법을 만들면 비대면진료 스타트업 다 망할 거라고 회사들은 주장합니다.

전문직 기득권 연합의 ‘합동작전’

출처: 대한변호사협회

저는 초진을 허용하는 비대면진료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냉정하게 봤을 때 쉽지 않습니다. 국회 안팎에서 전문직 기득권 연합의 ‘합동작전’이 실행되는 형국이거든요.

국회의원들은 각자 속해있는 ‘반’이 있습니다. 이 ‘반’은 다루는 정책 분야별로 나누어지는데요. 비대면진료법이 다뤄지는 반의 이름은 ‘보건복지위원회’입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서도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이하 제1소위)’라는 분반에서 논의 중입니다. 제1소위 소속 의원은 13명인데요. 그중 3명은 약사, 1명은 의사, 1명은 변호사 출신입니다. 스타트업 출신은 없습니다.

현재 발의된 비대면진료법안은 5개입니다. 그중에서 ‘초진 허용’은 한 건입니다. 아쉽게도 이 법안을 낸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이 아닙니다. 그래서 법안은 냈지만, 아직 논의에 직접 참여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제1소위에 속한 의료계 전문직 출신 국회의원들은 ‘초진 허용’에 이미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국회 밖에서는 ‘올바른 플랫폼 정책 연대’라는 단체가 초진 허용을 반대합니다. 변협과 의협,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건축사협회, 대한약사회로 구성됐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의료와 무관한 대한변호사협회, 대한건축사협회도 함께 반대한다는 점입니다. 스타트업, 디지털 기업들의 음모(?)에 맞서기 위해 꾸려진 그야말로 전문직 기득권 연합입니다.

도전할 이유가 없는 사회에 더 나은 미래는 없다

비대면진료 지키기 서명운동 (종료됨)

의사, 치과의사, 변호사 그중에서도 협회장들은 그야말로 ‘사회지도층 인사’입니다. 2023년의 대한민국은 중년의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똘똘 뭉쳐서 스타트업의 새싹을 자르는 데 열심인 사회입니다. 이분들은 닥터나우 같은 스타트업이 “자본에 의한 완전한 산업 지배를 꿈꾸며 구성 사업자와 노동자, 소비자에 대한 공정하지 못한 수익을 추구해 왔다”(4. 5 기자회견)고 합니다.

타다금지법, 로톡 사태, 비대면진료 초진 금지,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도전할 이유는 사라집니다. 창의적인 사업을 구상하고, 글로벌 진출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있어야 국가경쟁력을 유지합니다. 일자리가 생깁니다. 그런데 ‘도전’보다 ‘응전’이 낫다는 신호가 반복되면 인재들이 도전을 꺼리게 됩니다. 한국은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지고, 더 적은 파이로 나누어 먹는 미래로 가게 됩니다.


어떻게 해야 균형점을 ‘응전’에서 ‘도전’ 쪽으로 더 가져올 수 있을까요?
정말로 고민이 많은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