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기 : 생각보다 고통스럽다

이재명의 분당갑캠프 이야기 (5)

대선 후기 : 생각보다 고통스럽다

BGM :  Something Stupid-Robbie Williams/Nicole Kidman

우선 지각해서 죄송합니다.
이제야 정신이 드는 금요일이네요!
제게는 기계식 세차장을 통과하듯 정신없는 한 주였는데, 다들 잘 지내셨어요?

오늘 편지는 이재명의 분당갑캠프에서 선거 운동한 후기입니다. 이번 대선에서 깨달은바, 정치는 생각보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우선 괴한에게 폭행당해 코피가 났던 이야기부터 시작하겠습니다.

회의감

월요일 오후였습니다. 사무소에 낯선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60대로 보이는 남성이었고 큰 여행용 가방을 끌고 와 이재명 후보에게 꼭 할 얘기가 있다고 했습니다. 명료한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이재명 후보 유세 현장에 찾아갔는데 후보를 만나지 못하게 하더라는 말, 이재명 캠프 곳곳에 첩자들이 숨어있다는 말, 자신이 아주 싸움을 잘 한다는 말씀 등을 하셨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지자 저와 함께 있던 분이 괴한을 모시고 나갔습니다. 밖에서 자신과 이야기를 나누자고요. 저는 할 일이 있어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밖에서 큰 소리가 났습니다. 나가보니 괴한이 다른 선거운동원에게 욕을 하고 발길질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걸 말리고 진정시키려고 했는데 전혀 통하지 않았습니다. 괴한은 제 얼굴에 주먹을 날렸고 저는 난생처음 코피가 났습니다!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는데 이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엄마가 별일 없었냐고 묻는데 회의감이 몰려왔습니다. 캠프에서 괴한한테 폭행당했다고 차마 말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게 별일이 아니어도,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큰일이니까요. 꼭 폭행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이런 일들이 많이 생길 텐데 정치를 해야 하나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손익분기점

제가 정치를 시작한 건 정치가 저의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정치를 하는 유익함과 괴로움을 비교했을 때 ‘유익함’이 더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유익함이란 즐거움과 보람을 포함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대선 선거운동을 하면서 ‘괴로움’을 실제보다 작게 계산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가 부족, 수면 부족, 너무 많은 사람을 만나는 생활, 수직적인 문화 등 ‘괴로움 요인’을 과소평가했습니다. 사실 전혀 몰랐던 요인들은 아닙니다. 다만 직접 체험해보니 보고 들었던 것보다 더 어렵고 괴로웠을 뿐입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큰 즐거움이 있어서 괴로움을 상쇄해줬다면 좋았겠지만, ‘유익함’은 예상했던 것과 비슷했습니다.

손익분기점이 넘지 않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우리는 둘 중 하나의 선택을 합니다. ‘그럼 이만’ 떠나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하든지 말입니다. 저의 선택은요.

사랑

사진: 사랑의 노래 '아모르파티'에 맞춰 춤 추는 중

'그럼에도 불구하고'입니다. 저는 정치를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사랑 때문입니다. 웬만해서 손익분기점 넘기 어려운 ‘정치’라는 일을 사람들이 하는 이유가 바로 사랑 때문이라는 것을 이번 대선 선거운동을 하면서 깨달았습니다.

다음과 같은 것이 없으면 정치를 할 이유 없습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억울한 상황에 놓인 사람을 지켜 보기 어려운 마음,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는 사람을 볼 때 터져 나오는 분노, 내가 겪은 고통을 똑같이 겪는 사람을 돕고 싶은 마음, 보잘 것없는 나의 정치를 응원해주고 격려해주고 진심으로 도와주는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 이 모든 것이 다 ‘사랑’입니다.

그리고 정치인의 사랑이 사람들의 사랑을 불러 모으기 시작할 때 ‘권력의지’가 증폭된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저는 이재명을 포함한 대선 후보들이 어쩜 저렇게 열심히 할 수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선거가 중반을 넘어갈 무렵 깨달았습니다. 사람들이 보내는 사랑 때문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사실 부족하기만 한 내게 기대를 걸어주는 사람들, 더 나은 세상을 꼭 만들어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들, 잘 했다고 고생한다고 칭찬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의 사랑을 한 개인이 갚을 방법은 없습니다. 그러니 한없이 겸손해지고, 몸이 부서져라 뛸 수밖에 없습니다.


‘이대호의 정치 도전’, 어쩐지 재미있기만 하더라니! 세상에 제대로 된 일 중에 재미있기만 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앞으로 아마 더 어려운 일이 많겠지만, 집요하고 경쾌하게 잘 해내 보겠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다음 주에 성남시장 후보 등록 할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