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현장에 무작정 찾아가다

성남 재개발 3부작: 무책임한 네 집 마련 (2)

재개발 현장에 무작정 찾아가다

아이 추워! 올해 들어 가장 추운 금요일이었던 것 같아요.
많이 추우셨을 텐데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오늘은 <성남 재개발 3부작: 무책임한 네 집 마련>의 2부를 준비했습니다. 실제 재개발 현장에 찾아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인물 관계도

제가 다녀온 재개발구역은 8호선 산성역 근처에 있는 ‘산성구역’입니다. 이곳은 원래 6,000세대가 살던 주택가였습니다. 이곳의 땅, 주택, 상가 소유자들이 ‘재개발 조합’을 결성했고요. 재개발 허가가 떨어져서 주택을 헐고 아파트를 짓는 재개발이 진행 중입니다. 지금은 원래 살던 사람들이 이사하는 ‘이주기간’이고요. 재개발 조합에 따르면 6,000세대 중 약 5,900세대가 이미 이사를 갔다고 합니다. 이주가 끝나면 4,500세대 아파트 단지를 짓습니다.

등장인물을 소개합니다. 등장인물은 ‘세입자’ 쪽과 ‘소유자’ 쪽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세입자는 소유한 것이 없어 이사비를 받고 나가야 합니다. 세입자는 이미 나갔거나(이주자), 아직 남아있는 분(상가세입자, 주택세입자)들로 나뉩니다. 아직 남아있는 분들은 이사를 나가려니 막막한 상황이라,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조합과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소유자는 재개발구역에 땅, 집, 상가를 갖고 있던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팀(조합)을 결성해 조합원이 되고, 갖고 있던 재산의 몫에 따라 아파트나 상가를 받습니다. 재개발 사업은 전문성이 필요해서 업무를 대행하는 조합직원을 고용해 진행합니다. 현금청산자는 땅을 갖고 있었지만, 여러 이유로 땅을 조합에 팔고 이사가는 분들입니다. 나이가 많아 아파트 건설을 기다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세입자 쪽 입장: 대책을 마련해주세요!

동료 스텔라와 함께 상가 세입자 박 선생님(🏤)과, 주택 세입자 임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두 분 다 60대 초중반의 남성이었고, 대책위원회 멤버로 활동하고 계셨습니다.

박 선생님(🏤): "저는 이 동네에서 가게를 8년 동안 운영했어요. 그런데 보상금 조금 받고 나가야 하는 상황이에요. 2,000만 원 정도 준다는데, 그거 가지고 근처에서 다시 가게를 운영할 수가 없어요. 이 근처에서 비슷한 규모의 상가 알아보니까 보증금 1억에 월세 450만원이나 하더라고요. 동네가 다 재개발 되니까 이런 월세 내고 장사할 수 있는 곳들이 없어졌어요.

저는 앞으로 우리가 장사를 계속 할 수 있도록 조합이나 정부가 보장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성남시가 인허가권을 갖고 있으니까 조합한테 대책 마련하라고 하면 되는데 그렇게 하지를 않아요. 재개발 끝나고 이 구역에서 계속 가게 할 수 있도록 상가 분양권을 줘야해요.

그리고 지금 조합에서 강제 철거를 진행하고 있어요. 어제도 우리 대책위원회 사람 집이 강제 철거 당했거든요. 원래 겨울에는 하지 말라고 되어있다는데 정말 너무한 것 같아요. 어디 갈 데도 없는 사람들인데 말이에요."

임 선생님(🏡): "저는 다행히도 임대주택을 신청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요. 여기 지어지는 아파트 중 일부는 기존 세입자들을 위한 임대주택이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한동안 다른 데 살다가 와야 하는데, 새로 집을 구할 여력이 없어요. 이 동네가 재개발지역이 되면서 임대료가 엄청 저렴했거든요. 그러다보니 주변에 집을 구하려고 보니 다 너무 비싸잖아요. 조합에서 대출 알선이라도 해주면 이자만 우리가 내다가 돌아오면 좋겠는데 그런 걸 안 해줘요.

제가 재개발 경험해보니까 세입자가 어떤 권리가 있는지, 재개발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기가 너무 어려워요. 너무 복잡하고 전문적인 내용이에요. 이걸 정부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게 납득이 안 가요. 조합은 법대로 한다는데, 법이 공평하게 집행되려면 정보를 충분히 알려주는 게 전제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래야 괜히 헛된 희망 갖고 버티는 사람도 안 생길 거고요. 사회가 너무 무책임해요."

소유자 쪽 입장: 저희는 법대로 할 뿐이에요

재개발 조합 사무실에 찾아가 조합의 실무 직원으로 일하는 김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김 선생님(👨‍💼)은 조합원은 아니고 직원으로 일하는 실무자입니다.

김 선생님(👨‍💼): "세입자 분들 사정은 개인적으로 안타깝긴 해요. 근데 다 법적으로 문제 없이 진행되는 일이거든요. 소유권이 없으면 재개발 조합에 당연히 참여할 수 없는 거니까요. 그래서 법에 정해진대로 이사비용을 드리고 있어요. 정말 어려우시다면 이사비용 같은 건 조금 더 드릴 수도 있을 거고요. 그런데 분양권을 드린다거나 하는 건 불가능해요.

오해도 많고, 잘못된 정보를 알고 계신 것도 많은 것 같아요. 그런 거 일일이 설명을 드리고 싶지만, 저희가 직접 가서 설명 드리는 건 어려운 일이예요. 저희를 적으로 생각하시니까요. 찾아오셔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하시면 대화할 수 있지만, 먼저 찾아가는 건 어렵다고 봐야해요.

성남시에서 소통할 수 있도록 중재하면 어떻겠냐고요? 좋을 것 같아요. 세입자 분들도 잘못된 정보를 듣고 이상한 판단을 하실 수 있는데, 그럼 사업 기간이 길어져서 저희도 손해거든요. 소통할 수 있으면 서로 좋다고 봐요."


재개발, 알면 알수록 더 복잡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가요? 그렇지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성남시장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몇 가지 힌트를 얻었습니다. 그건 다음 주에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도 혹시 좋은 대안이 생각난다면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포근한 주말 보내셔요!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