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뿌셔클럽 시즌 1 끝나는 날 들었던 말

계단정복지도 프로젝트 (16)

계단뿌셔클럽 시즌 1 끝나는 날 들었던 말

*오늘의 BGM - 하루의 끝 (Crush)

지난주 일요일 계단뿌셔클럽 시즌 1을 종료했습니다. 그리고 함께 고생한 파트너가 다 같이 모여서 밥을 먹었습니다. 즐거운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치킨집에서 동료 R이 들려줬던 이야기가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그 이야기로 시즌 1 후기를 대신하고 싶습니다.

“저는 주변에 심적으로 힘들어하는 친구가 있으면 계단뿌셔클럽 신청해서 해보라고 이야기 많이 했어요. 계단뿌셔클럽에서 정복 활동 하는 게 도움이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우울증이 심한 경우에는 병원에 가는 게 우선이겠지만, 고립되고 막막한 사람에게 도움이 될 거 같단 생각 들더라고요.”

어? 정말요? 왜요?

“일단 클럽 활동 오는 사람들 대부분 괜찮잖아요. 그래서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가 있고,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거리감이 있는 활동이고요. 게다가 적당한 노력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어서 자기 효능감을 느끼기도 좋고요. 안전한 분위기에서 재미있고 의미 있게 뭔가 꾸준히 하면 정서적으로 많이 안정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변에 많이 권한 거예요.”

계단정복지도 프로젝트에서 ‘커뮤니티’는 목표가 아니었습니다. 계단정보를 확보해서 누구나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커뮤니티 활동은 본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쩌다 기획한 것입니다. 그런데 커뮤니티 그 자체가 가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R이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좋은 커뮤니티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예전에는 대가족 사회였잖아요. 부모, 형제, 자매가 꼭 나랑 잘 맞지 않더라도 대가족 구성원 중에 나랑 맞는 사람 한 명쯤은 찾을 수 있었어요. 근데 지금은 핵가족 사회이고 가족이랑 잘 안 맞으면 힘들 수밖에 없어요. 그것을 다른 공동체로 보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좋은 공동체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요.”

R의 이야기를 들으며 계단뿌셔클럽 같은 거 100개 만들면 세상이 참 좋아지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느슨하고 안전한 공동체(클럽)를 여기저기 만들어 두는 겁니다. 그럼 사람들이 더 많은 친구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실제로 ‘직장 때문에 성남에 이사 왔지만 동네에 친구도 없고 심심했는데 이렇게 만나서 같이 걷고 이야기 나누니까 참 좋다’고 말씀하신 분이 많았거든요.

너무 외로운 사람이 생길 가능성도 적어질 것입니다. 점점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코로나로 연결이 끊어지고 있습니다. 외향적이고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덜 위축됩니다. 그렇지만 사람 만나기를 원래 어려워하는 사람들은 친구들과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소외되기 쉽습니다. SCC처럼 부담 없이 어울릴 기회를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정치가 누군가의 삶을 낫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R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계단뿌셔클럽 같은 공동체를 잘 키워나가는 것도 좋은 정치의 방법 같습니다. 사람이 누군가로부터 기쁨이나 위로를 얻을 수 기회가 많아지는 거니까요. 결혼과 출생이 줄어들고 1인 가구가 많아지는 흐름을 고려하면 더 중요한 일 같습니다. 성남은 1인 가구가 특히 많은 도시이기도 하거든요.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우리에게는  하루가 끝났을 때 수고했다고 말해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좋은 일을 같이 기뻐할 친구도 필요하죠. 누구나 필요한 만큼 수고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그런 세상에서 살며 늙어가고 싶거든요.

이번 한 주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여러분의 친구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