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내 동료가 돼라", “어? 내가 왜...?” (2부)

팀 꾸리기 이야기 2부

"너, 내 동료가 돼라", “어? 내가 왜...?” (2부)

세 번째 꼬시기: 문제 제기 능력이 탁월한 ‘훈’

‘훈’은 2015년부터 미세먼지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미세먼지 문제가 점점 더 중요해질 거로 생각했고, 정부에 정책 아이디어를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훈’은 이게 뭐길래 그렇게 중요한 문제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2018년쯤 되자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이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고 마스크를 착용하기 시작했습니다. 2014년에 비해 2019년 ‘미세먼지’ 키워드 검색 횟수는 5배 늘었습니다. (구글 검색, 각 년도 4월 기준)

미세먼지 구글 검색량 추이 (2013. 1 ~ 2021. 5)

정치권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인 ‘훈’은 남들이 무심코 넘어가는 사안에도 관심을 두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이 주제들은 결국 많은 사람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심사가 되곤 했습니다. 남들보다 더 민감하게 변화를 인식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입니다. 그런 분이 유권자들을 설득할 ‘재료’를 찾는 파트너가 되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놀랍게도 ‘훈’이 먼저 함께 일하자는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하지만, 두 아이의 아빠이자 외벌이를 하는 ‘훈’에게 의미와 재미를 우선시하며 같이 외줄을 달려 보자는 말이 차마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가 국회에서 받는 월급만큼의 생계 대책을 세워줄 수도 없는 상황인지라, 한숨이 나왔습니다. 마음만 받아야 했습니다.

“너무 심각하고 무겁게 제안하지 말고, 그냥 같이 놀자고 하세요”

공동창업자 구하기가 어렵다고 하소연을 했더니 선거 경험 많은 분이 해주신 이야기입니다. 당장 쥐여줄 것도 없고, 구체적으로 약속할 수 있는 것도 없는데 전업(full-time)으로 함께 일할 마음 먹기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는 겁니다. 그렇지만 “여유 시간을 활용해 무언가 참여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친구가 있다면 같이 놀 거리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뭐든 제안해보라”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사람들이 많이 들락날락할 거예요. 그래서 후보 본인은 혼란스러울 수 있어요. 특히 사람들 나갈 때, 사라질 때 타격이 있을 거예요. 그걸 잘 대비하세요.”

그게 조금 서운한 일이라는 거 알고 있습니다. 대학교 2학년 때 저는 학과 학생회장이었습니다. 학과 학생회 운영은 혼자 할 수 없습니다. 여러 친구가 힘을 합쳐 만들고 운영해야 합니다. 전년도에 학생회를 같이 만들어왔던 친구들에게 제안했는데, 꼭 같이하고 싶었던 친구 중 J가 있었습니다.

당시 J는 경쟁이 치열했던 대외활동에 합격해 그 활동에 집중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1년 동안 함께 해왔던 J와 학생회를 할 수 없게 되어,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J에게 좋은 일이니까 서운함을 숨기고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학생회 세우는 일에 혼자 빠지는 거 같아 미안했는데 축하한다고 말해줘서 고맙다’는 답장이 왔습니다.

일 벌이기 좋아하는 저는 그 뒤로도 비슷한 이별을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 그러면서 서운함을 꾹 참고 웃으며 인사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선거를 함께 치를 팀을 만드는 일은 처음이라 어렵게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놀이터를 만들어 친구들을 초대하고, 그들이 여건 내에서 함께 의미 있는 일을 하도록 권유하는 방식 말입니다. 그리고 훗날 그 시간을 추억할 수 있도록 헤어질 때는 꼭 웃으면서 인사를 나눠야겠습니다.

좋은 주말 보내셔요!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