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우리 모두 준비가 되어 있다

13만 개의 쥬스를 만든 이야기

사실은 우리 모두 준비가 되어 있다

지난번 편지에서 정치인으로서의 제 전략을 소개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유용한 서비스를 만들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성남시 내 모든 상가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있는지 조사해서 공개하면 유모차, 휠체어 사용자나 연세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됩니다. 잘 해내면 ‘저 사람은 아직 당선도 안 됐는데 필요한 일을 하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생길 수 있겠죠?

이런 문제해결 프로젝트를 만드는 건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혼자 할 수 없어서’입니다. 예로 든 엘리베이터 정보 수집 서비스를 만든다면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터 여러 명이 모여야 합니다. 또 서비스 출시 후에는 이용자가 금전적 보상 없이 스스로 정보를 올리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돈도 벌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사회문제 해결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저는 작년 ‘공약쥬스’라는 문제해결 프로젝트를 기획해 보람찬 성과를 거두면서 그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공약쥬스 서비스 화면


공약쥬스는 2020년 4월에 치러진 국회의원선거를 겨냥한 심리테스트 형식의 서비스였습니다. 공약쥬스 팀이 각 정당별 공약 분석, 비교를 통해 정성껏 손질한 ‘재료’를, 이용자가 쥬스에 넣을 과일이나 채소 등 재료를 고르듯, 중요하게 생각하는 또는 공감하는 공약 여러개를 고르면, 알고리즘을 통해 개인의 ‘정당 성향’을 알려줍니다.

2020년 1월, 네 명이 수다를 떨다 ‘공약쥬스’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기획안을 여기저기 돌려보니 어느새 팀원은 10명이 됐고 pactum이란 그럴싸한 팀 이름도 생겼습니다.

동료를 찾고 있는 모습

대부분 직장인이어서 여가 시간을 쪼개 일했습니다. 3개월 동안 만들어 4월 3일에 공약쥬스를 출시했습니다. 서비스 출시일부터 2020년 4월 16일(총선 투표일)까지 총 13일 동안 23만 명이 방문했고, 약 13만 명이 공약쥬스를 제조했습니다. 대부분 이용자들의 자발적 공유와 홍보로 달성한 멋진 성과입니다.

사람들은 의미 있는 일에 참여하고 싶어 합니다. 단지, ‘판’을 직접 만들어 뛰어든다는 것이 쉽지 않을 뿐입니다. 공교롭게도 저는 ‘판’을 기획하고 사람을 모으는 일을 좋아하고 잘합니다. 그래서 문제해결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운영하며 저를 알리고 동료를 모을 수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공약쥬스를 만들며 행복해하고 있는 pactum팀의 모습

저는 앞으로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을 기다리는 친구들을 초대해 유닛(Unit)을 만들 생각입니다. 여력이 된다면 유닛은 여러 개일 수도 있습니다. 마치 아이돌 그룹이 삼삼오오 유닛활동을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렇게 이 공동체를 더 좋은 곳으로 만드는 일을 하며 보람 있고 심지어 즐겁기까지 한 시간을 보낼 계획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이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재미있는 판이 열리면 뉴스레터로 ‘초대장’을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편지에서는 민주당 원로당원 두 분께 보리굴비를 얻어먹으며 ‘미안하지만, 자네 계획은 완벽히 잘못됐어. 전혀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라는 말을 들은 이야기를 소개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며칠 뒤에 만나요!

이대호 드림.